인구 감소 따른 대책으로 ‘여성 징집’ 나와
병무청장 “시기상조…갈등 부추길 수 있어”
청년층서 병역 의무 공감 설문조사도 등장
꾸준히 이어져온 논란…정부는 검토 안 해

여군들이 드론을 사용해 참호격투 훈련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여군들이 드론을 사용해 참호격투 훈련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일각에서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대책으로 여성징병제 도입이 제기되자, 이기식 병무청장은 여성 징집은 현재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기식 청장은 지난 5일 서울 국방부 육군회관에서 진행된 병무청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여성 징집에 대해 그는 “아직은 시기상조인 거 같다”며 “더욱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에 여성을 징병한다는 것은 사회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1차 병역 자원감소는 끝났고 2030년대 중반까지는 현 수준의 병역자원이 유지된다”며 “그 이후의 병역자원 감소에는 ‘국방혁신 4.0’에서 추진 중인 무인화 및 과학화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안으로 나온 현역 복무기간 연장 의견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단축됐던 복무기간을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육군 기준 현역병 복무기간은 지난 1993년부터 26개월이었으나, 2003년부터 24개월로 줄었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18개월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고개 내민 ‘여성징병’

앞서 여성징병제가 재점화된 것은 지난 5월 개최된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제도 발전’ 포럼이다.

국민의힘 신원식 국회의원과 병무청, 성우회는 지난 5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제도 발전’ 포럼을 열었다.

국민의힘 신원식 국회의원과 병무청, 성우회는 전날인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당 포럼을 열고 여성 징병제와 군 복무기간 연장, 대체복무제도 폐지 등 병역 자원 부족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당시 이한호 성우회장은 “과거에는 출산율이 6을 넘어 여성을 징집하려야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출산율이 0.78에 불과하다 보니, 여성도 군 복무를 못 할 이유가 없다”며 “여성도 징집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은 당연히 검토해야 할 과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8명이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는 해당 확률이 1명도 안 된다는 뜻이다.

포럼 이후 온라인상에는 여성징병제를 둘러싸고 남녀 간의 설전이 오가며 큰 화제로 떠올랐다.

이에 병무청은 다음날 “포럼 간 군 복무기간 연장과 여성 징병제 필요성, 대체복무 폐지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는 발제자와 토론자의 개인 의견으로 정부 측 공식 입장이 아니며 검토된 바 없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방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병역자원 감소 위기에 적극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10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2년도 제대(예정)군인 및 보훈가족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군 장병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2년 10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2년도 제대(예정)군인 및 보훈가족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군 장병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감’ 드러낸 청년층

이러한 가운데, 청년 세대에서는 여성징병제를 병력 자원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써 논의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28세 이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1006명이 응답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여성도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공감한다’는 의견은 56.5%(매우 공감 29.2%, 일부 공감 27.3%)로 집계됐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9.5%(전혀 공감하지 않음 23.8%, 거의 공감하지 않음 15.7%)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답은 4.0%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많은 공감 의사를 드러냈다. ‘공감한다’는 남성의 응답은 62.3%, ‘공감하지 않는다’는 33.6%였으며, 여성은 ‘공감’ 50.1%, ‘비공감’이 46.0%로 드러났다.

정치 성향별로 살펴보면, 자신을 ‘보수 또는 우파’라고 말한 계층에서 공감 비율이 ‘진보 또는 좌파’라고 대답한 계층에서는 비공감 응답이 각각 더 높았다. 구체적으로 △보수·우파 66.9%(비공감 30.1%) △진보·좌파 43.4%(비공감 52.3%) △중도 55.8%(비공감 40.8%) △잘 모름 49.6%(비공감 38.8%) 등이다.

아직 신중한 정부…헌재도 ‘아직’

국방부는 여성 징병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여성징병제가 남녀 갈등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여성 전용 내무반 설치 등 예산 부담이 크다는 이유가 있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또한 이미 지난 2010·2011·2014년 세 차례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3조 1항이 성차별적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으나,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또한 여성징병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성평등한 군 조직문화 개선 등에 대한 연구도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여러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당시 헌재는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에 의해 군 복무에 임하는 등 직접적 병력 형성 의무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며 “간접적인 병력 형성 의무 및 병력 형성 이후 군 작전 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도 포함된다”고 짚었다.

이어 “남성이 전투에 더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 및 출산 등으로 훈련과 전투 관련 업무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지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공동징병제도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혼합병역제도를 각각 들고 나온 바 있으나, 이는 여성징병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것이 아닌 20대를 성별로 가른 뒤 남성의 표심을 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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