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서 후쿠시마 오염수 논의
정부 “모니터링 공유하고 협의 이을 것”
“방류 찬성 반대 입장 판단할 단계 아냐”
야권 “대한민국이 일본 들러리 서준 꼴”

국무조정실 박구연 제1차장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성일 책임연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신재식 방사선방재국장, 박 1차장, 해양수산부 박성훈 차관,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영택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 [사진제공=뉴시스]
국무조정실 박구연 제1차장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성일 책임연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신재식 방사선방재국장, 박 1차장, 해양수산부 박성훈 차관,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영택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과 실무협의에 착수한다. 정부는 방류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방류를 용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무조정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정상 간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후속 이행 차원에서 일본 측과 실무협의에 조속히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의안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리투아니아) 현지에도 여러 고위급 관계자들이 가 있기 때문에 (일본과)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또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논의가 오갔다”며 외교부에서서 국장급 협의를 포함한 실무 접촉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리투아니아에서 30여분간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논의했다.

日 “여름 방류 변함X”韓 “우리 전문가도 점검토록”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우리 측과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 측 전문가 참여 여부는 확언하지 않되, 일본 총리로서 해양 방출 안전성에 만전을 기해 양국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시기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안전성의 확보와 풍평(소문) 대책의 대처 상황을 범정부적으로 확인해 판단하겠다”면서도 기존의 “여름 무렵”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어 “(IAEA 검토를 포함한)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획대로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방류 찬성 아니라지만…“사실상 승인한 셈”

이날 정부 발표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일본 측에 요구한 ‘오염수 방류 점검에 한국 전문가 참여’ 등을 논의하기 위한 한일 당국자 간 협의가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차장은 ‘전날 윤 대통령 발언을 방류 찬성 입장으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방류를 찬성하느냐 아니냐 입장과는 별개의 건이고 아직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측 전문가 참여를 요구한 우리 측 발언에 일본 측이 응답하지 않은 데 대해 박 차장은 “전문가를 파견할지, 한다면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파견할지 등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 일본이 바로 예스(Yes)를 말할 상황들은 아니었을 거라고 예상된다”고 했다.

같은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방류 보류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승인하고 들러리 서준 꼴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윤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 내용을 공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기시다 총리는 핵 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통보했고 윤 대통령은 용인했다”며 회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갑석 최고위원과 윤건영 위원 역시 각각 BBS 라디오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상 방류를 승인한 것”, “대한민국이 일본 들러리를 서는 장이 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윤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 내용을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후쿠시마 방류와 관련한 검증특별위원회 구성과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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