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폭우로 사망·실종자 49명
오송 지하 차도 사망자만 13명
“사전에 지하차도 통제했다면”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 경찰, 소방 등 구조대원들이 도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 경찰, 소방 등 구조대원들이 도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사망·실종자가 49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14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올해 사망자가 대폭 늘면서 예방 대책이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17일 오전 11시 기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세종 1명, 충북 16명(오송 13명), 충남 4명, 경북 19명 등 총 40명이다. 실종자는 부산 1명, 경북 8명 등 9명이다.

충북 청주 오송 궁평 지하차도(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시내버스 등 차량 16대가 물에 잠긴 것으로 파악되며, 배수작업과 잠수부 투입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밤새 시신 4구가 추가로 수습되면서 누적 사망자는 13명이며 부상자는 9명이다.

“폭우로 노선 우회한 건데”…차량 16대 고립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미호천교를 재가설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장의 둑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하천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관할 행정관청의 위험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전에 신고됐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파장이 크다.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져내려 유입된 물이 지하차도를 덮쳤고, 2~3분만에 지하차도가 6만톤의 물로 가득찼다. 청주서부소방서 서정일 서장은 17일 오전 현장브리핑에서 “현재 맨눈으로 확인되는 지하차도 안 차량은 14대다. 전날 인양된 4대(버스와 트럭, 승용차 2대)를 포함하면 총 16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최소 11명 이상을 태우고 오송 지하차도에 갇힌 급행 시내버스 747번은 곳곳의 침수로 인해 노선을 우회하다가 고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747번 급행 버스는 오송역~청주 시내~청주 공항을 운행한다. 시내에서는 시외버스 터미널 등 주요 거점에만 정차한다. 그러나 사고 당시 강내면에서 미호천교를 통해 오송으로 향하는 도로가 침수되자 노선을 변경해 청주역을 거쳐 오송역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청주 곳곳에 쏟아진 폭우로 미호천교부터 탑연삼거리, 오송자동차극장 등으로 가는 도로 대다수가 통제됐기 때문이다. 결국 오송으로 가려면 궁평2지하차도를 지날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신고했음에도…“즉각 대응 체계 있어야”

한국자연재난협회 김승배 본부장은 17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재난 우려가 되는) 신고를 받아도 대응하지 않으니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4시간 전인 오전 4시 10분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이밖에도 금강홍수통제소는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기관 76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사고 2시간 전인 6시 34분에는 유선으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했다. 이어 사고 1시간 전에는 궁평1리 장찬교(68) 전 이장이 119에 둑이 무너질 것 같다며 신고하기도 했다. 119는 이와 같은 사실을 청주시청에 알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신고자가) 그런 신고를 아무리 해도, (담당자가) 적극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담당자의) 퇴근 시간 이후(업무 이외 시간의 경우 한계가 있다)”라며 “신고를 하면 바로 움직이는 즉각 대응 체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소방당국은 당초 어제 안으로 배수와 수색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차도 안에 들어찬 진흙과 가스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오늘부터 다시 많은 비가 예보돼 있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 배수와 수색을 모두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17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 “인간으로서 드릴 수 있는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으나 지금은 사고 현장을 빠르게 수습하고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 경찰, 소방 등 구조대원들이 도보 수색을 벌이고 있다.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 경찰, 소방 등 구조대원들이 도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