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서 <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정책> 감수 맡은 프리즘투자자문 홍춘욱 대표
◈버냉키의 연준, 결국 성공했다는걸 증명
◈인플레 안정됐지만 실업률 초점 맞춰야
◈타이트한 고용, 금리 인상 설득력 높여
◈자연이자율 하락, 실질금리 0~1% 적정
◈불안한 부동산 PF, 금리 동결이 최선

프리즘투자자문 홍춘욱 대표 ⓒ투데이신문
프리즘투자자문 홍춘욱 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역사적으로 화폐 찍어내기 정책을 신속히 시행한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보였다. 실제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930년대 초반 대공황을 교훈 삼아 적절하고 과감한 선제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이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경기 충격에도 신속한 대응으로 빠른 경기회복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의 금융위기 템플릿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연준의 금리 결정은 전 세계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는 경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버냉키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연준 의장으로 불린다. 금융위기 대처에 있어서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촉발된 대침체의 불길을 잠재운 소방수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경험으로 버냉키는 연준 의장으로서 수행한 정책을 <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정책>을 통해 낱낱히 기록했다. 특히 책에서 버냉키는 연준이 어떤 의도와 심리로 정책을 펼치고 내부인인 아니면 알 수 없는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심도있게 설명한다. 

버냉키의 역량은 실무 뿐만 아니라 학자로서도 인정받는다. 그가 연준의 수장이 된 이유도 통화정책 연구의 대가이자 대공황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버냉키가 직접 저술한 <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정책>의 감수를 맡은 프리즘투자자문 홍춘욱 대표를 만나 버냉키의 통화정책을 톺아보고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해 봤다. 홍 대표는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프리즘투자자문을 이끌고 있다.

-버냉키의 양적완화라는 2008년 금융위기 매뉴얼로 코로나 당시 초기부터 너무 과도한 양적완화 정책과 이후 팬데믹 약화에도 제로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했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를 다시 떠올려 보자면 시계 제로의 폭풍 속에서 불빛도 보이지 않고 레이더도 작동되지 않아 앞에 암초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경제를 헤쳐 나가는 입장에선 모든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세워놓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 했을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약하게 대비했다가 위기를 넘지 못하게 되면 거기서 모든 게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좀 과하다는 대응을 해야 사람들의 심리를 바꿀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다. 2020년 3월 17일 연준이 대규모 양적완화 단행과 함께 회사채까지 매입하겠다고 선언을 한 다음부터 주식시장과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연준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일한 주파수 역할을 했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연준의 결정을 뒤따랐다. 만약 연준이 과감하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액션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코로나 경기 충격에 대한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이 버냉키 전 의장보다 더 신속하고 과감한 선제 대응을 했다고 보는가.

버냉키에게서 교훈을 얻었다고 본다. 사실 버냉키는 2008년 하반기가 돼서야 과감성 있게 결단을 내렸다. 금리인하 속도는 파월이 훨씬 공격적이고 전격적이었다. 파월이 버냉키로부터 두 가지의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과감한 양적완화라든지 통화정책에 대해 해도 되는지에 대한 정치적 논란 등으로 막혀있는 상황을 버냉키가 다 뚫고 매뉴얼을 만들어 준 것과 두 번째는 버냉키 자신이 당시에 더 과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고백이다. 파월은 이런 것을 버냉키와 공유했으므로 연준이 추후 비슷한 상황에 대한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파월이 단호하게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제공=상상스퀘어]
[사진제공=상상스퀘어]

-일본의 경우 일관된 YCC정책으로 중앙은행의 장기국채 매입을 지속한 결과 통화정책의 한계성을 가져왔다. 연준의 경우도 대규모 양적완화로 인한 우려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정책금리 인상이 양적완화를 하는 것보다 시장에 훨씬 큰 영향을 준다. 양적완화는 간접적 정책이다. 수급 조절을 통해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정책금리 변경에 비하면 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모기지 쪽에서는 당연히 장기채가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삶에 있어서는 단기채가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카드금리, 자동차 할부, 리스 등 전부 단기 금리의 영역이고 은행들은 이런 단기 금리 조정을 통해 장기적인 대출 활동을 결정하는데 이는 정부의 정책금리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과도한 양적완화에 의한 통화정책 우려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YCC는 yield curve control의 약자로 흔히 수익률 곡선 관리라고 말한다. 이는 국채매입으로 채권가격을 올리고 금리를 낮춤으로써 국채금리를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통화정책으로 조달금리를 낮춰 물가를 조절하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 실업률과 물가의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곡선 평탄화 현상이 두드러져 통화정책 판단에 대한 어려움이 커졌다.

이 문제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골칫거리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중앙은행들의 책무는 바로 고용과 물가 안정이다. 따라서 이 둘의 관계를 잘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존의 관계가 깨졌다. 가장 대표적이 나라가 미국이다. 현재 실업률이 3% 중반인데 물가 상승률은 곧 3% 밑으로 내려갈 것이다. 현재 기조로는 3분기 중 물가상승률은 2%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에 가까운데 인플레도 낮다는 것은 다시 말해 골디락스(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도 물가상승이 거의 없는 상태)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결국 뭔가 연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보험을 들려고 할 것이다. 말하자면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플레가 안정됐지만, 알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업률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업률이 낮고 임금이 오르지 않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 볼 수 있나.

저임금 일자리가 발생하고 있을 뿐 고임금 일자리는 현재 불황이라는 이른바 ‘리치세센(고소득층이 저소득층이나 중산층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불황)’이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본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때 약 2000만명이 해고된 사람들을 기업들이 재고용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제는 반대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물가 상승률 둔화가 재차 확인됨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파월은 아직 금리인하에 대해 경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실업률이 안 오르는 상태에서 금리인하 발언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파월은 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낮은 실업률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나스닥이 전고점 수준에 근접하고 부동산 가격도 바닥을 찍고 오르고 있는 상황으로 연준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프리즘투자자문 홍춘욱 대표 ⓒ투데이신문
프리즘투자자문 홍춘욱 대표 ⓒ투데이신문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참여자들의 혼선을 막고 정책의 효과적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파월의 포워드가이던스도 아직 긴축을 지속하기 위한 쪽으로 가고 있나. 그렇다면 채권시장은 다시 한번 고생길이 열린 셈인데.

그렇다. 연준은 현재의 금리 레벨 혹은 더 높은 레벨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포워드가이던스로 밝히고 있다. 인플레가 안정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어떤 변수가 개입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는 노동시장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기 때문에 연준 입장에서는 재차 금리 인상 설득력이 충분하다. 따라서 채권시장은 어려울 수 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인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동산 PF 문제가 있어서 금리 인상은 너무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최선의 선택은 금리 동결이라고 판단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중요한 시점이지 사실 현재의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 트러스 총리가 감세 정책을 해서 쫓겨난 것처럼 미국이 금리를 인상 중인 상황에서 인하한다는 건 쉽지 않다.

-버냉키는 자연이자율의 점진적 하락을 지적했다. 이는 적정금리 수준도 하향된다는 뜻일 텐데 현재의 금리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 금리 수준은 굉장히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 적정금리는 실질금리 기준 0~1% 사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실질금리는 3.75%를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너무 과잉 수준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다. 

-끝으로 국민연금 운용팀장을 역임하셨는데 최근 치열한 경쟁이 불붙은 퇴직연금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 시장의 수익률은 무척 저조하다. 국민연금의 지난 10년 수익률이 6~7%인 반면 퇴직연금은 같은 기간 2%~3%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도 안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각종 수수료 등의 비용도 꽤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퇴직연금 시장의 뛰어든 금융투자사들의 수익률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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