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당 주장하고 있는 정의당, 현실은 쉽지 않아
계속해서 분열에 분열 거듭하고 있는 정의당 사람들
내년 총선 준비한다지만 리더십 부재와 정체성 혼란
민주당+국민의힘 2중대 소리 듣지 않아야 하는 숙제도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 시스템 속에서 버텨온 제3정당이다. 거대 양당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마다 제3정당인 정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1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정체성의 혼란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였고, 여성과 소수를 위한 정당이라는 구호 역시 별다른 빛을 발하지 못했다.

정의당이 과연 내년 총선 이후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최대 화두 중 하나이다. 물론 중대선거구제 등으로 선거법을 개혁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현행 선거제에서는 정의당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왜냐하면 21대 국회 들어와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6석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그동안 정의당이 소수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측면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의 당내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우려한 비당권파들이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후 모여 결성한 정당이다. 그리고 당을 주도한 인물이 심상정 의원과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었다. 노 전 의원이 존재할 때까지만 해도 정의당의 존재감이 상당했으며, 대선이나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현재의 정의당은 존재감이 사라졌다. 존재감이 사라진 이유로는 ‘정체성’을 가장 크게 꼽는다. 정의당은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이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영업자층이나 주부층 등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고, 민주당은 화이트칼라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렇듯 21대 국회 이전 정의당은 노동자와 농민의 지지 기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오면서 정의당은 노동자와 농민의 지지 기반을 상실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온갖 악재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민이 정의당을 더 이상 대안 세력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신당 추진 사업단 출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신당 추진 사업단 출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체성 혼란

정의당은 꾸준하게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수를 위한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21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정의당이 여성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가질만한 그런 정책이나 공약을 내보였느냐는 점이다. 그러하지 못하면서 정의당은 이른바 ‘짬뽕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정체성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는 세대 충돌로도 이어진다. 정의당은 앞서 언급한 대로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당으로 출발을 했기 때문에 당원 중 노동자·농민을 대변하는 당원들이 상당하다. 그런데 21대 국회 들어오면서 ‘여성’을 내세웠고, 이에 따라 페미니즘을 신봉하는 당원들의 가입이 점차 많아졌다. 이들 당원이 서로 나뉘어서 다른 목소리를 내자 정책의 혼재가 이어지게 됐고, 그에 따라 정체성의 혼란이 불가피해 오히려 정의당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얻었다.

세대교체 실패

여기에 정의당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전 의원이 사망한 이후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이 이끌어 왔다. 문제는 포스트 심상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상정 의원 이후 당을 끌고 나갈 확실한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정미 대표 등이 있지만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비례대표 국회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과거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정책 및 법안 발의 등이나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등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와서 정의당 국회의원, 특히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류호정 의원이 가끔 타투를 하거나 짧은 치마를 입거나 배꼽티를 입어서 언론 기사를 도배했지만, 휘발성 화제에 불과했다. 정의당은 과거처럼 정책이나 법안 발의 등을 통해 화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존재감을 보이는 못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년 총선에서는

이런 이유로 과연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정의당에서도 재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노동과 기후·녹색 그리고 제3세력과 합당하거나 통합해 신당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정의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누구와 어떻게 창당하느냐다. 이정미 대표는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을 언급하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양향자 의원은 ‘한국의 희망’을 금태섭 전 의원은 ‘새로운 정당 준비위원회(새로운당)’로 창당 준비에 돌입했다. 다만 이정미 대표는 “신당에 대한 실체를 알지 못한다. 그분들이 살아왔던 궤적, 정당을 선택해왔던 과정을 놓고 볼 때 함께하는 것에 상당히 회의적이다”라면서 이들과의 합당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소속 정치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류호정 의원은 금 전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당이 국회에서 포럼을 주최한 자리에 참석해서 최대 공약수를 찾아 조금씩 좁혀보자고 제안했고, 장혜영 의원은 제3세력의 범위를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박원석 전 의원 역시 금태섭 신당 논의에 합류했다. 여기에 정의당 전현직 당직자 60여 명이 정의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다. 이들은 참여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이 신당 창당을 하더라도 정의당 내에서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류호정·장혜영 의원 주도의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의당이 지금처럼 존재감이 없어지게 된 것은 류호정·장혜영 의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당 창당 방식에 대해도 이견이 나온다. 이정미 대표는 해산 후 창당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고 당 결정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성주 ‘세번째 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은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정의당 내부에서도 창당 방식을 두고도 상당히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재창당을 한다고 해도 과연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핵심은 ‘지도부의 리더십’과 ‘정체성’이다. 양당 정치의 폐해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정의당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가져야 한다. 21대 국회 이전까지만 해도 노동권과 복지국가 등의 이슈를 제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와서는 페미니즘을 앞세운다고 했지만,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 만큼 과연 유권자들의 표심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어느 세력과의 통합을 통한 재창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기성 정당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해왔던 수법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재창당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느 세력을 끌어안을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냐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리더십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무엇보다 어떤 유권자를 타깃으로 할 것이냐는 거다. 정의당은 21대 국회에 들어오면서 어떤 유권자를 대상으로 삼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돼 ‘민주당 2중대’ 혹은 ‘국민의힘 2중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자신만의 지지층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체성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정치권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부수지 못한다면 정의당이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이라는 식의 전략적 투표를 해왔지만 그것도 다음 총선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결국엔 정의당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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