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 설 자리 더욱 없어진 선거될 듯
정의당 정체성 위기…존재감 보이지 않아
선거제 개편해도 양당 구조 개편 가능성↑
신당 창당으로 새로운 군소정당 탄생 요구도

내년 4월 총선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체제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야 모두 내년 총선 승리에 대한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민심 속으로 들어간다고 하지만 주요 변수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고, 그에 따라 총선의 향배도 달라진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여야 모두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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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정의당 등 소수정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이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선거체제 하에서 소수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인물과 전략이 거대양당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정당 중 그나마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정의당의 존재감이 미미하면서 과연 소수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가 됐다. 정의당은 현재 10석 안팎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문제는 21대 총선처럼 국회의원 6석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는 10%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 그것도 5% 이하의 숫자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3일~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0.6%포인트 오른 3.7%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는 2018년도와 비교된다. 당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8년 6월일 25∼27일 전국의 성인 남녀 1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 표본오차), 정의당 지지율은 5주 연속 상승해 10.1%로 집계됐다. 이때가 창당 이래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런 정의당이 3%대로 하락한 것이다.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정의당이 원내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당 사람들은 “언론이 거대 양당만 비춰서”라면서 기성 언론을 탓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 정의당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행보와 언행을 내놓으면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고, 이에 2018년에는 10%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의당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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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존재감

물론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쌍특검으로 존재감을 보이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례대표들의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현재 정의당은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정의당이 전략을 잘못 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세대교체의 실패도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세대교체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서 심상정·노회찬·이정미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히 청년 정치인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으면서 그에 따른 정의당의 존재감 역시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정의당의 존재감은 내년 총선 때 중대선거구제 혹은 비례대표 정수 확대 등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지만 현재와 같은 정의당의 모습이라면 중대선거구제 혹은 비례대표 정수 확대를 해도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의당은 남은 1년 동안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과연 노동자·농민을 위한 서민정당인지를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와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강성희 의원 및 당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등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와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강성희 의원 및 당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등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무적인 진보당

이는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고무적인 정당은 진보당이다.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승리를 하면서 강성희 의원을 원내에 입성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호 4번을 받게 됐다. 진보당은 통합진보당의 후신이기 때문에 그만큼 조직력도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당에 비해 진보당은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면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이 진보적 선명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가운데 진보당이 오히려 진보적 선명성을 보여줌으로써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목마름을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로 김종훈 울산동구청장과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있다.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은 현재 원내 1석씩을 갖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독자적인 의석수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모두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합류해서 총선을 치른 후 의원 자격으로 다시 자신의 정당으로 돌아간 케이스다. 정의당이나 진보당에 비하면 지지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의석수를 확보하기는 힘들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민주당이 다시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그것 역시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들이 다시 배지를 달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선거제 개혁인데 이미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대 개편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현 선거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를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소정당의 운명은 역시 빨간 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소수정당이

이처럼 내년 총선에서 군소정당이 빨간 불이 들어온 까닭은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군소정당은 선명성을 갖고 국정운영에 쓴소리를 내뱉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갔다. 그로 인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총선에서 나름대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21대 국회에 들어오면서 군소정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선명성이 사라지면서 그에 따라 군소정당의 존재감이 확연히 사라졌다.

이런 이유로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식의 선거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양당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어떤 선거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군소정당의 존재감이라면 양당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소정당 스스로 자승자박한 꼴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을 계속 보였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군소정당은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군소정당끼리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즉, 지금의 군소정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군소정당이 탄생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당 창당이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들의 영입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어야 내년 총선에서 그나마 승산이 있다. 현재의 군소정당으로는 내년 총선은 빨간 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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