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등 젠더 이슈에 질문 던지고
중국 내에서는 여성들 환영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불편한 기색 드러내고

영화  ‘바비’ 포스터
영화  ‘바비’ 포스터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영화 바비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는 바비가 인간세상으로 나오면서 겪는 일을 풀어내고 있다. ‘바비랜드’라는 것이 결국 인형의 집이다. 헨리크 입센의 1879년 작 희곡 인형의 집이 떠오를 수도 있다. 희곡인 인형의 집에서 여성 노라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영화 ‘바비’에서는 바비 인형의 성장을 그렸다. 그것을 유쾌하게 풀어나간 것이 영화 바비이다. 영화 바비는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페미니즘’의 내용이 들어간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아시아권에서는 영화 바비에 대한 이슈가 핫하다. ‘바비’는 결국 ‘바비 인형’으로 대표되는 고정관념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 바비 인형이 사는 곳이 바로 바비랜드이다. 이런 바비가 인간세상에 들어와 겪는 에피소드로 채워진 영화가 바비이다.

바비가 현실의 여성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통해 각성을 한다. 이런 이유로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휴머니즘’ 영화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평가가 엇갈리면서 그에 따라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한 논쟁이 벌어졌다.

(왼쪽부터)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nbsp;마고 로비,&nbsp;감독 그레타 거윅이 지난 7월 3일&nbsp;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바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br>
(왼쪽부터)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마고 로비, 감독 그레타 거윅이 지난 7월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바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질문 던지는 영화 바비

영화 바비가 던지는 질문은 ‘남성 중심의 사회 뿐만 아니라 여성중심 사회 역시 옳지 않다’는 것을 던진다. 즉, 우리가 남성중심의 사회로 가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페미니즘을 신봉하고 PC(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워서도 안된다는 것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서는 영화 바비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사실 중국에서 할리우드 영화 그것도 여성 중심 영화가 개봉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관람 이후 많은 여성들이 환호를 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은 인터뷰에서 “모든 소녀들이 친구와 함께 극장에 가 이 영화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중국 여성들에게 영화 바비가 젠더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바비가 전형적인 페미니즘 영화는 아니지만 중국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영화 바비가 젊은 세대 특히 여성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것은 중국 사회가 ‘성차별적’이면서 ‘여성혐오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중국 여성은 기지개를 켜지도 못하고 사회 한편에서 웅크리고 살아야 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왜

다른 나라의 경우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면서 끊임없이 남녀평등을 부르짖으면서 계속 투쟁을 해나가고 있지만 유독 중국만은 여성의 인권이 위축돼 왔다. 그런 젠더 이슈에 영화 바비가 질문을 던진 것이다.

거꾸로 중국 남성에게는 불편한 관람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영화 바비를 관람한 남성들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사례가 나왔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별점 테러를 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중국 남성들로서는 영화 바비를 통해 분출되는 젠더 이슈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화 바비가 페미니즘을 담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람객의 숫자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부족하다. 젠더 이슈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리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담겨져 있다.

일본의 경우 영화 오펜하이머와 합성한 사진이 밈으로 나오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 개발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담당한 오펜하이머 일대기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펜하이머와 바비가 같은 날 개봉하기 때문에 이들을 합성한 이미지가 밈으로 떠돌아 다니고 있다.

하지만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피해를 입은 일본으로서는 두 영화의 밈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영화 바비에 대한 불편함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할 정도로 남성 중심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 영화 바비의 개봉은 상당히 불편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

강요된 아름다움

1959년 첫 출시된 바비 인형은 비록 여성 신체를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강요했다는 비판과 금발 백인 위주의 인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 이후 다양한 직업군의 바비 인형과 다양한 인종의 바비 인형이 출시되면서 정형화된 여성의 모습을 탈피, 젠더 이슈에 질문을 던지는 도구가 됐다.

이제 영화 바비가 아시아권 젠더 이슈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됐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불편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내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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