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초교서 교원 잇따라 스스로 목숨 끊어
2년 뒤 보도로 드러나…민원 시달렸다는 주장도
교사들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등 대책 마련해야”
경기도교육청 “전수조사 돌입…응당 조치할 것”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에 참석한 전국의 교사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에 참석한 전국의 교사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2명의 사망 사건에 대해 교원단체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경기도교육청 측이 진상 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교사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9일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단체 발표를 종합해보면 지난 2021년 6월 경기도 소재 모 초등학교 소속 A교사가, 같은 해 12월 B교사가 잇따라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기재한 뒤 교육청에 보고했다. 보고서 내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호소하다가 숨진 서이초 교사 사건을 계기로 한 언론사가 보도하면서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유족들은 이들의 사망 원인이 학부모 민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이초 교사, 기간제 교사의 사망에 이어 세상에 또 한 번의 젊은 교사들의 사망 소식이 드러나자, 교원단체들은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잇따른 젊은 교사들의 사망 소식에 초등교사들은 집단 우울과 깊은 상처, 트라우마에 더 깊이 빠졌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교사를 위한 행정, 교사를 위한 입법이 없을뿐더러 어떤 행정과 입법에 교사에 대한 고려도 없다”며 “교사의 입을 막고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은 공교육 붕괴 사태만 키운다는 것을 교육당국과 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정부 및 교육청에게 △민원처리 학교장 책임제 시행 △민원 통합처리 시스템 구축 △사망 교사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전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진상규명은 물론 원인 면밀히 분석해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유가족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놓았겠느냐”며 “지금이라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고인과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고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두 교사는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도됐는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 국회는 교총이 요구한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을 조속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교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에 대한 제재조치를 마련하고,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등 초중등교육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30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교총은 “교원의 극단 선택을 우울증 등 단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서는 지금과 같은 비극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며 “차제에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책임 있는 조치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경기교사노조, 경기실천교사, 새로운학교 경기네트워크 등 5개 교원단체도 연대 성명서를 내고 숨진 2명의 교사에 대해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 민원으로 연달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꼬집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사건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2021년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선생님 두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며 “(당시) 경기도교육청에 보고된 두 선생님의 사망 원인은 단순 추락사고였지만, 유족 측은 사망 직전까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진상 파악을 위한 대응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토록 하겠다”며 “만일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가 이번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다면, 이에 응당한 조치를 하겠으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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