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 최근 2년간 300개 넘는 팝업스토어 오픈
고객·기업 열광하지만, 폐기물 및 재활용 처리 기준 없어
해외선 환경적인 측면 고려한 운영 기준 세우고 있어
기업 방침에만 맡겨...“소비자 인식 변화 정부 지원 필요”

&nbsp;성수동 팝업스토어 매장 철거 후 나온 폐기물들 ⓒ투데이신문.<br>
 성수동 팝업스토어 매장 철거 후 나온 폐기물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로 떠오른 팝업스토어. 고작 한 달밖에 운영되지 않는 매장이지만 하루에만 수백명이 오고간다. 기업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앞다퉈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캐릭터, 영화, 웹툰 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업계가 팝업스토어를 주목하고 있다. 종류도, 체험도, 기업도 가지각색이다. 나이키, 29CM 같은 패션 업계부터 보수적인 금융 업계까지 팝업스토어를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투데이신문〉 취재 결과, 지난 7월 성수에서는 30여개의 팝업스토어가 오픈했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지난달 최소 17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한 달 동안에만 최소 50개의 팝업스토어가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인기만큼 폐기물도 늘어났다. 보통 팝업스토어 한 곳을 철거할 때 평균 1톤(t)의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폐기물 및 재활용 처리 기준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팝업스토어의 불편한 진실이다.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빵빵이의 일상’ 팝업스토어 현장&nbsp;ⓒ투데이신문.<br>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빵빵이의 일상’ 팝업스토어 현장 ⓒ투데이신문.

트렌드 반영 빠른 팝업스토어, 열광하는 고객과 기업

‘팝업(POP-UP)’이란 ‘튀어나오다, 불쑥 나타나다’라는 뜻이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불쑥 튀어나왔다 사라지는 팝업창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팝업스토어는 이름처럼 불쑥 나타나 단기간만 운영하고 사라지는 매장이다.

팝업스토어는 누구보다 먼저 특별하게, 희소성 있는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MZ세대를 사로잡았다. 경험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팝업스토어는 흥미로운 체험 장소다. 무엇보다 한정된 기간에만 방문할 수 있다는 특수성이 그들의 마음을 이끈다.

더현대에서 진행한 ‘빵빵이의 일상’ 팝업스토어는 4일간 1만여 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했다. 실제 해당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20대 여성은 “단기간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의 특수성이 방문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불모지라 불리던 여의도 상권에서 더현대 서울은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20, 30대의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팝업스토어’이다. 성수도 수많은 팝업스토어가 입점한 뒤 상권이 활성화됐다.

이처럼 팝업스토어는 단기간에 빠르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기업들은 이를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색다른 콘셉트로 팝업스토어를 꾸미고,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다. 부담 없이 짧은 기간에 기업의 새로운 사업을 홍보할 수 있고, 기존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웹툰이나 영화, 드라마, 아이돌 산업 분야에서도 이를 간편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저서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에서 “고객이 ‘나의 공간’이라고 자기 정체성을 투사할 수 있는 공간, 확고한 취향의 공간만이 가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킨다”며 “팝업스토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한 역발상으로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려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커머스의 경우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제한이 있다”라며 팝업스토어를 여는 요인을 설명했다. 이어 “팝업스토어가 일시적이라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일종의 보물찾기처럼 느껴진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두지 않고 팝업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 말했다.

팝업스토어는 한정된 기간에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조급함을 느끼고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업이 팝업스토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SNS상에서 자발적인 홍보를 해주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성수에서 지난 7월에 열린 팝업스토어의 개수는 최소 36개로 확인됐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보니 성수의 한 골목, 한 블록을 지나다 보면 개장한 팝업스토어가 하나둘 있었고, 팝업스토어 오픈을 위해 공사하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팝업스토어 입점을 희망한다는 임대인들의 광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최근 2년간 300여개가 넘는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이는 팝업스토어가 이틀에 한 개씩 열린 꼴이다. 더현대 측이 본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월 26일을 시작으로 2023년 2월 26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오픈한 팝업스토어의 개수는 320개다. 지난 7월에만 최소 17개의 팝업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지난 4일 더현대 서울에서 운영 중인 팝업스토어 매장 개수는 확인 결과 하루에만 총 7개였다. 다만, 본보 취재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정확한 팝업스토어 매장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렇듯 팝업스토어는 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수동 매장 인테리어 철거 뒤 나온 목재 폐기물들&nbsp;ⓒ투데이신문.
성수동 매장 인테리어 철거 뒤 나온 목재 폐기물들 ⓒ투데이신문.

팝업스토어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쓰레기 더미 

팝업스토어는 주로 백화점이나 상가 건물을 빌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운영한다. 팝업스토어로 유명한 더현대에는 팝업 운영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며, 쉴 새 없이 새로운 점포들로 채워지고 있다. 성수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몇 주만 지나도 거리의 가게들이 매번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매번 다른 콘셉트의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테리어 재료, 가구, 소품 등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매장으로 짧은 기간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의 물품은 짧게 사용하고 금방 버려진다. 주기가 짧은 만큼 나오는 쓰레기의 양도 상당하다.

성수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와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성수동 팝업스토어는 10~14평 내외의 면적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0평 내외의 매장을 철거하는 경우 대략 트럭 1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게다가 이곳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대부분 재활용 되지 않고 버려진다.

팝업스토어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벽돌이나 콘크리트 같은 철거물보다는 패널(벽널 따위의 건축용 널빤지), 가벽, 현수막, 플라스틱 위주의 폐기물 비중이 높다. 보통 목재, 폐콘크리트, 폐벽돌 등의 쓰레기는 폐기물로 처리한다. 가벽, 현수막, 행사에 사용된 용품 등은 소재나 활용 방법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한 번 쓰고 버려진다고 한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매장 상태와 기존 설치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쓰레기 대부분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라고 말했다.

친환경과 상생을 앞세운 백화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더현대 관계자는 “협업을 맺은 폐기물 처리 업체나 입점 업체가 직접 철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정확한 폐기물 양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매장에서도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물품이나 가벽 등을 운영이 끝나고 난 뒤  본사로 물건을 가져갈 것이지만, 정확히 어떻게 처리될지는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팝업스토어 폐기물 문제 인식· 규제 전무

팝업스토어는 1회성으로 운영되는 전시회장과도 비교해볼 수 있다.  건축 인테리어업체 가보샵 김혜련 대표는 “전시가 한 번 열릴 때마다 버려지는 종이, 목재, 합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쓰레기의 양이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나 조치가 마련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전시회장 9m²(약 2.7평) 크기의 부스 하나에서 최대 270kg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또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연간 1000건 이상인데, 사용되는 물품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물품을 새로 구매하는 쪽이 재활용이나 폐기물 처리 비용보다 저렴하고 간단한 처리 과정이라고 기업이나 주최 측은 판단한다”며 “이렇다보니 대부분 전시회장의 물품이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대부분은 홈페이지에 지속 가능성 평가 정보를 공개한다. 유럽 최대 전시회 아이맥스(IMEX), 국제회의컨벤션협회(ICCA) 같은 해외 전시회가 대표적인 예다. 독일에서는 국공립 미술관에 목공 시설을 갖춘 공간을 함께 설계해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팝업스토어나 전시회장과 같은 일회성 공간에 대한 폐기물 총량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길도, 재활용 활동도, 관련 규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시나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처리 기준이 별도로 기재돼 있지 않아 일반 생활폐기물과 같은 기준으로 처리된다“며 “폐기물이 기준 이상인 경우 사업장 폐기물로 별도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우후죽순으로 팝업스토어가 생기고 있지만, 발생되는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문제는 기업에만 맡기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건설 폐기물의 경우 이를 처리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팝업스토어나 전시회에서 나온 폐기물은 그렇지 않다”며 “이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매일유업 ‘어메이징 오트카페’ 팝업스토어는 버려지는 볏짚을 쌓아올려 인테리어 구조물과 의자로 재활용했다. 이곳에서 사용된 라운드 테이블은 현재 매일유업 본사에서 사용하고 있다.&nbsp;[사진제공=매일유업]
매일유업 ‘어메이징 오트카페’ 팝업스토어는 버려지는 볏짚을 쌓아올려 인테리어 구조물과 의자로 재활용했다. 이곳에서 사용된 라운드 테이블은 현재 매일유업 본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사진제공=매일유업]

소비자·기업˙정부 다각적 노력 필요”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기업 중 폐기물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사례도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어메이징 오트 카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친환경 팝업스토어라는 주제에 걸맞게 인테리어를 최소화했다. 볏짚으로 의자를 제작하고, 성수동 공장에서 버린 폐가구로 소파를 만들었다. 팝업스토어 운영 당시 사용했던 가구는 폐기 처분하지 않고 본사에서 사용 중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ESG 경영과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이러한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다”며 “할 수 있는 한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스포츠도 같은해 제주도에서 ‘해녀의 잠수‘라는 전시를 진행했다. 폐건물을 활용해 매장을 운영했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한다는 취지에 맞게 인테리어도 최소화했다. 가구들도 모두 제주도에서 수거한 해양 폐기물을 이용해 제작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이러한 공간을 마련했다”며 “지역 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로서 ‘해녀의 잠수’ 전시를 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사용한 집기를 최대한 재활용하려고 한다. 재활용이 불가능 한 경우 브랜드 차원에서 폐기를 한다”며 “유통 업계에서도 환경적인 요소가 화두에 오르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팝업스토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팝업스토어가 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정부의 지원도 더불어 선행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팀장은 “ESG 경영을 앞세우는 기업들이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라며 “팝업스토어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는 점에서 미뤄볼 때 많은 기업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소비자들의 인식으로 논의가 시작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먼저 나서서 쓰레기 없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이를 알리며 좋은 사례로 퍼지게 하는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팝업스토어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일회용이 아닌 여러 번 쓸 수 있는 다회용 전시 물품을 사용하는 행사 문화에 대한 지원정책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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