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정재준 소장/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br>
▲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정재준 소장/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

2010년 제5회 교육감 선거 이후 대거 등장한 진보적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체벌을 금지하는 등 학생 인권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교사들의 가혹한 학생 체벌과 성폭력, 촌지 비리,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뒤이어 이러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법, 김영란법 등의 제·개정과 이의 적용이 확대돼 교권은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교사들의 교권 확립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오히려 추락하고 있었다. 따라서 법령체계의 불완전 혹은 정착 미비가 교권 추락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 방향성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 마련”일 것이다.

첫째, 아동복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아동학대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문제의 근원이 되는 법은 아동복지법이다. 동법 제17조 5호 ‘정서적 학대행위’와 6호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는 제71조에 의해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동 규정의 ‘정서적 학대행위’가 추상적이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또는 훈계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어느 범위까지를 ‘교육을 소홀히 한 방임행위’인지 매우 자의적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아동복지법이 <교육공무원법> 제44조의 2와 결합해 아동학대 신고로 입건만 돼도 ‘직위해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업에서 배제되며 직위해제된 해당 교사에게 모욕적일 수 있으며 무죄추정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일관된 항변이다. 물론 실제 직위해제되는 비율은 8% 정도로서 높지는 않다.

둘째, 아동학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제2조의 4호에 의하면 ‘아동학대범죄’란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상의 폭행, 모욕, 명예훼손, 재물손괴도 아동학대범죄로서 형법보다 우선 적용되게 된다. 따라서 가중처벌과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불리한 처벌이다. 예컨대 훈계 목적 단순 체벌은 폭행죄로 의율돼 학생의 잘못을 꾸짓는 사실적시 언급도 동법의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나아가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교사가 방어를 위해 반격을 하더라도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범이 될 수 있다.

셋째,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동법 제18조에 의하면 문제 학생에 대한 징계권은 교사에게 없고 교장이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에서는 5개 유형의 징계권만을 상정하고 있다. ① 학교봉사 ② 사회봉사 ③ 특별교육 ④ 출석정지 ⑤ 퇴학처분이다. 예컨대 가벼운 정도의 징계권(반성문 제출, 화장실 청소, 포상 철회 등)은 교사에게도 부여하도록 한다. 최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0조의 3에 학생생활지도를 신설했으나 단순히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하도록 하고 있고 구체적이고 폭넓은 생활지도권 규정은 미비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고시로 구체화하거나 동법 시행령의 신설 규정으로 좀 더 규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교원지위법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동 시행령 제15조 ④항에 의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구를 현재의 ‘학교장의 요청’과 ‘위원회 재적 1/4 이상’에서 ‘피해 교사의 요청’을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교사의 피해가 명백하더라도 위와 같은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당해 교원에 대한 피해 구제가 요원하다. 피해 당사자의 요청으로 피해 구제를 좀 더 쉽게 하자는 취지이다.

다섯째, 교육부장관(제2023-12호) 고시의 개정이 필요하다. 동 고시 제2조의 교권 침해 항목에 ‘보호자의 악성 민원’을 신설해야 한다. 학부모의 정당하지 않은 반복적 민원과 모욕적 언사를 악성 민원으로 규정해 피해를 입은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해당 학부모에 대한 특별교육과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도록 한다.

사례> B교사는 점심시간에 컴퓨터로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학생끼리 싸우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고, 학부모가 아이들을 방임했다며 아동학대죄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다음과 같은 제도의 개편도 고려해야 한다.

첫째, 교사의 행정 업무 감소가 필요하다. 교사들은 출근하자마자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접속해 처리해야 할 하루 평균 공문은 약 20여건, 1년에 1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가 연간 약 5건, 캐나다가 연간 약 6건 등 매우 적다는 것과 비교된다. 교육청(교육지원청)의 인적 자원은 공문을 해결하기보다는 공문을 만들어 내는 공무원으로 오해받기 쉬운 구조다. 그런 인적 자원을 교육청(교육지원청)이 아닌 학교 행정실로 전진 배치해서 공문을 해결하고 조력하는 자원으로 삼고 교사들을 그만큼 공문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둘째, 교권보호 담당관과 교육활동 보호팀 신설이 필요하다. 교권에 대한 침해 조사, 구제, 지원을 전담시키기 위한 ‘교권보호 담당관’ 제도 및 ‘교육활동보호팀’ 설치가 피요하다. 다양한 교권 침해 행위 및 학교폭력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교권보호 담당관을 설치, 해당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 내 교권보호 업무를 전담하기 위한 ‘교육활동보호팀’을 설치하고, 동시에 학교별로 교장이나 교감, 수석교사 등을 학교 교권보호 담당관으로 지정해 관리자가 민원에 급급하지 않고 교사 보호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교권보호담당관은 교육청의 교육활동보호팀의 조력을 받아 유기적인 교권보호가 되도록 하는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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