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

대한의사협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자 개정안 저지 1인 시위를 펼쳤다. 사진 속 인물은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자 개정안 저지 1인 시위를 펼쳤다. 사진 속 인물은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법 개정안)에 관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13일 열린다. 의료 및 환자단체의 거센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법사위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처음 공론화된 이후 14년 만에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환자 요청이 있는 경우 병원이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 전산에 환자의 자료를 보내도록 하는 법이다.

그동안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보험 가입자가 필요서류를 일일이 확인한 뒤 병원에 직접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다시 보험사에 제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런 청구 방식이 일반 고객 입장에선 번거롭고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객이 찾지 않는 미수령 보험금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활용해 지난 6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 보험금 예상액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금의 간소화가 소비자 편의와 권리 실현을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이루고 있지만, 환자단체와 의료단체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자단체는 실손보험금 간소화법에 대해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 루게릭 연맹회, 한국폐섬유화 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환자단체는 12일 “이 법은 보험사들이 환자 개인정보를 수집·축적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환자에게 불이익만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터화로 잘 정돈된 환자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가면, 보험사는 이 정보를 토대로 질병 위험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부담보 설정을 하는 등 보험사 이익에 맞춰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는 중계기관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12일 “전송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중계기관과 보험회사 간 정보 유출 책임 분쟁 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면서 “법안 통과 전에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당초 중계기관으로 거론된 곳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었다. 그러나 평가기관인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 내역을 들여다보면서 환자 데이터가 비급여 진료비 통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료단체의 반발을 사면서 무산됐다. 이러한 의료단체의 속내에는 자료 제공으로 인해 비급여 진료비 인하 압박을 우려한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후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 후보에 올랐지만 민간단체인 보험개발원이 민간 보험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의료단체 지적이 나오면서 개정안에는 정부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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