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전환 장기화 이슈는 오히려 피로감이 쌓여
국민의힘,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공세 전환
불리한 이슈를 유리한 이슈로 전환하는 모습 보여
장기전으로 갈 경우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슈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지면 상황은 더욱 혼잡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준비기일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nbsp;&nbsp;&nbsp;[사진제공=뉴시스]<br>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준비기일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국민의힘이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서 총공세에 나섰다.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하면서 ‘3.15 부정선거’에 빗댔다. 그러면서 청문회는 물론 규탄대회 등 여론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이번 기회에 국면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하지만 장기화할수록 여권에는 불리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22년 3월 6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으로부터 제공받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보도한 바가 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의혹을 받던 조우형씨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이를 통해 당시 해당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녹취록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역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한 바가 있다. 더욱이 조씨와 윤 대통령이 만났다는 근거가 된 ‘커피 대접’의 주체가 윤 대통령이 아닌 다른 검사를 지칭하면서 허위 인터뷰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해당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불리한 이슈 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나간 이슈’라는 점이다. 즉, 선거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난 이슈이다. 더욱이 만약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다면 ‘먹혀들어 갈’ 이슈이지만 국민의힘이 여당이기 때문에 먹혀들어 가지 않을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보수 지지층의 결집은 이뤄낼 수 있겠지만 중도층이 먹혀들어 갈 이슈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이슈와 관련해서 보수층에는 어필이 됐지만 중도층에 어필이 안됐다는 평가가 있는 것처럼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 이슈 역시 중도층에 어필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민생에 집중해야 할 정기국회에서 과연 해당 이슈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윤두현(가운데)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봉사실에 들어서고 있다.&nbsp; [사진제공=뉴시스]
윤두현(가운데)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봉사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당에 불리한 이슈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해당 이슈를 최대한 살리려고 하는 이유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문제,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최대한 부각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 국가반역죄’ ‘1급 살인죄’ 등 강경발언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에서 친윤계로 입을 가진 사람들 모두 한 마디씩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수동적’이면서 ‘방어적’인 입장이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공격 기조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이슈 주도권을 쥐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당 안팎에서는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찍어왔다. 대통령실이 이슈를 던져주면 그것을 쫓아가기 바빴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번 이슈는 대통령실보다는 국민의힘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즉, 국민의힘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오랜만에 김기현 지도부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이슈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으면서 이슈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청문회,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등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이슈 주도권을 확실하게 쥘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별다른 언급을 할 수 없는 이슈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아무리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고 항변해도 어쨌든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당시에는 유리하게 만들었던 이슈이기 때문이다.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한 이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기에

하지만 국민의힘이 해당 이슈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경우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국민의힘이 여당이기 때문이다. 해당 이슈가 대선 국면에서 선거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게 해서 민주당이 여당이 되게 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국민의힘이 여당이 됐기 때문에 국민으로서는 해당 이슈에 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수층에서는 분노할 일이겠지만 중도층에서는 “그래서, 어쩌라고? 대선 판도가 바뀐 것은 아니잖아”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중도층도 함께 분노하게 만들 다른 방아쇠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재판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도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국가반역죄’ ‘1급 살인죄’ 등 과격한 표현은 지지층에게는 시원한 발언이 될 수 있겠지만 중도층에서는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다. 중도층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은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지금도 허위 인터뷰로 인해 피해를 계속 입고 있다는 것을 국민의힘이 증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도층이 움직이지 않는다. 즉, 대선 당시 피해 입었다는 호소만으로는 중도층이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피로감 쌓이면

오히려 장기화가 된다면 그로 인한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국민의힘이 해당 이슈를 언론개혁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하지만 그로 인한 언론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함께 언론장악 작업으로 보는 언론계도 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전 언론기관장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보도 지침과 언론 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 환경으로까지 퇴행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언론들과 대척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계에서도 해당 이슈가 갖는 파장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면서 계속해서 당정이 언론계를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옥죄어 온다면 그로 인한 반작용이 작동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최소한 언론계가 허위 인터뷰에 대해 자성의 기회를 일단 주고 난 후에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에 따라 당정이 압박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압박하기 시작하면 그에 따라 반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단체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에 나선 것 아니냐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당정의 움직임이 언론개혁으로 비칠 것인지 아니면 언론탄압이나 언론장악으로 비칠 것인지는 중도층의 입장에 달려있다. 즉,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이 가장 주력해야 할 계층은 보수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층이라는 이야기다. 중도층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움직임을 ‘언론개혁’으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러자면 장기화로 갈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언론계에서 그 전선이 확산되면 중도층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그것이 현재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언론개혁의 깃발을 들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역풍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의 배후로 민주당을 꼽으면서 오히려 친명계와 비명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외부의 적이 생겨나면 내부는 하나로 통합되게 돼 있다. 그동안 친명계와 비명계가 갈등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엄청난 위기가 몰아닥칠 것으로 판단하게 되면 두 계파는 하나로 묶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친명계와 비명계가 그동안 으르렁거렸지만, 이제는 그 창의 끝을 국민의힘으로 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등으로 인해 친명계와 비명계가 화해를 많이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따라서 국민의힘으로서는 허위 인터뷰 의혹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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