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br>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내일모레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이번 연휴는 상대적으로 긴 엿새간이다. 전염병의 직접적 영향에서 벗어나 맞는 첫 명절이지만 기대와 설렘은 온데간데없다. 전전긍긍하며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서민들에겐 반가운 명절도 사치처럼 느껴질 것이다.

상당 기간 고금리 상황이 계속될 것이고, 2% 물가 안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저성장 분위기 속에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위기 국면에 이미 진입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난 7월 기준 경상수지가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급감하면서 달성한 ‘불황형 흑자’였다.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3분기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는 에너지 가격을 감안할 때 경상수지 적자 전환도 충분히 예상해야 한다. 상황이 더욱 어려운 것은 우리의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더디고,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금융위기와 사우디 감산 연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도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 부진은 달러 유입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을 밀어 올리는 악영향을 낳을 것이다.

고물가 상황도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소비 위축과 생산활동 둔화를 동반할 것인데,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모두 상승세다. 6월과 7월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다시 3%대로 진입했고, 생산자 물가지수도 7월에 이어 8월 상승폭을 확대하며 두 달 연속 올랐다. 한은의 물가 목표 2% 달성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고금리 상황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진입하면서 2%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코로나 발생 다음 해인 2020년에는 역대 최소인 0.5%까지 떨어진다. 저금리로 만들어진 자금은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각종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스며들며 거품을 만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경쟁하듯 양적완화 정책을 내놨지만, 불행의 단초가 될 자산시장의 버블을 키우는 데 그쳤다. 문제는 엔데믹과 함께 이제는 각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며 긴축 모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로 형성된 자산시장의 거품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미국과 중국, 우리나라가 다르지 않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고, 중국은 부동산 관련 회사들의 디폴트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시장 역시 심각하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며 가격 급락을 막은 듯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매물은 여전히 쌓이고 있고, 급증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PF 부실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월 위기설’의 진원지인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조치도 이달을 끝으로 종료된다. 금융권 부실로 전이되지 않을까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유례없는 야당 대표의 구속 심사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아마도 자정을 훌쩍 넘겨 27일 새벽이 돼서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치인들은 각자의 셈법으로 법원 결정 이후의 대응을 준비하느라 애를 태우고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 공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잿밥에 눈이 먼 정치인들에겐 도탄에 빠진 민생의 어려움은 안중에 없을 것이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던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다짐은 선거철 듣기 좋은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거대 양당 체제의 한국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이 늘어가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도 과연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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