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사육곰 10살 되면 ‘웅담 채취용’ 도축 가능
웅담 구매 요청 있었으나 소유주·후원자 뜻으로 구조
사육곰 산업 종식 결정…남은 사육곰 300여마리 여전

구조 전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장에 갇혀 살아온 주영이의 모습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br>
구조 전 웅담 채취용 사육곰 농장에 갇혀 살아온 주영이의 모습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강원도 화천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사육곰 농장이 폐쇄됐다. 한 고등학교 교사가 곰의 구조 및 보호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해당 곰은 보호시설에서 후원자의 이름 ‘주영이’로 새 삶을 살게 됐다.

11일 동물보호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곰 보금자리)’와 ‘동물권행동 카라(카라)’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일 화천군에서 웅담(곰 쓸개) 채취 용으로 사육하던 2013년생 암컷 반달가슴곰 1마리를 구조했다.

농가 소유주는 환경부에서 공영 보호시설(생츄어리)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남은 사육곰은 도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북극곰을 돕기 위해 오랫동안 돈을 모았다가 사육곰의 현실을 알게 된 교사 이주영씨가 후원에 나서면서 구조가 성사됐다. 후원자는 북극곰을 돕기 위해 오랫동안 돈을 모았다가 사육곰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구조 및 구조 후 돌봄비용 후원자 이주영씨(왼쪽)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이번 구조 및 구조 후 돌봄비용 후원자 이주영씨(왼쪽)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지난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정부 권장 하에 시작된 사육곰 산업은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곰이 10살 이상이 되면 도축을 허용한다. 구조된 사육곰도 10살이 되자 웅담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나 소유주의 결정으로 새 삶을 얻게 됐다.

카라 최인수 활동가는 “이번 구조로 화천군에서 사육곰이 완전히 사라진 점은 의미가 크지만, 아직 전국에는 300마리 가까운 사육곰들이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고 있다”면서 “지난 2022년 정부와 사육곰 농가, 동물단체가 모여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고 남아있는 사육곰들을 보호하기로 협약했으며 국회와 환경부에서도 관련법과 보호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올해 9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통과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다만 환경부에서 추진 중인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 2곳 조성이 계획대로 완공되더라도 전남 구례는 49마리, 충남 서천은 70마리 규모로 전국에 남은 사육곰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구조를 위해 사육곰 주영이를 옮기는 활동가들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br>
구조를 위해 사육곰 주영이를 옮기는 활동가들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이에 대해 곰 보금자리 최태규 대표는 “정부의 공영 사육곰 보호시설이 완공돼도 현재 남아있는 사육곰들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갈 곳이 없고, 보호시설의 운영 주체에 따라 곰들의 복지 수준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민간에서도 자체적으로 민영 보호시설인 생츄어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단체의 보호시설도 아직 완전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사육곰들을 구조하고, 복지 향상을 위해 나날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두 단체는 지난 2021년부터 화천군 내 사육곰 농가들과 협의해 총 17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해 자체 보호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 시설은 기존의 농장 시설을 개조해 인공 연못 등을 포함한 야외 방사장을 추가 설치했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20여년 이상 4평 남짓 철창에 갇힌 채 살아온 사육곰들은 보호시설에서 다양한 먹이와 환경을 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주영이가 거닐게 될 단체의 야외 방사장&nbsp;‘곰숲’ 전경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앞으로 주영이가 거닐게 될 단체의 야외 방사장 ‘곰숲’ 전경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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