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하이투자증권 의혹 등으로 발목 우려
시중은행 전환 실패시 김태오 3연임 핑계거리에 불과 논란 불가피
당국, 엄중·면밀한 판단과 책임 소재 구분 필요한 시점 의미 봐야
2인자 안 키우는 김태오 스타일...은행 및 증권사 수장 흔든 책임져야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br>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2인자를 기르지 않고 만사를 장악하는 스타일이 결국 문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견제세력으로 자칫 자랄 수 있는 후속 인사를 기르지 않고 쥐고 흔드는 양상 때문에 결국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가 회사를 삼켰다.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 그리고 그가 꺼내 들었다 자칫 발목이 잡히게 생긴 DGB대구은행의 지방은행→시중은행 전환 추진 이야기다. 

김 회장은 당초 3연임이 점쳐진 바 있다. 나이 문제로 3연임 불가론이 가을부터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그가 맡아야 한다는 반론도 여전히 강했다.

이 문제에서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은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 등 각종 잡음, 대구은행의 계좌 부정개설과 금융 당국의 확인사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DGB금융 산하 주요 계열사인 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김태오 비토 신호를 보냈다. 대구은행은은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몰래 증권사 계좌를 대거 개설해 문제가 됐고, 하이투자증권에서는 PF 관련 꺾기 의혹, 부동산 부문 고위 임원의 아들 회사에 수수료를 몰아줬다는 논란 등이 불거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은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하면 법에서 정해진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보게 돼 있다”며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비리 문제를 고려할 뜻을 밝혔다. 금감원 이복현 원장도 내부규정을 고쳐 연령 제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방법에 ‘경기 중 룰을 바꾸는 행동’이라며 불가 판정을 사실상 전달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 건과 김 회장 3연임 건을 연결짓는 건 일견 불합리해 보인다. 당국이 마침 터진 이슈를 가지고 불공정하게 3연임 불가론을 펴는 것으로 보일 여지도 크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오히려 은행과 증권사에서 불거진 각종 책임론은 김 회장 본인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바로 그의 2인자 키우지 않기와 계열사 수장 흔들기가 기강 해이와 회사의 체질 개선 기회 실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정확하기에, 이는 인과응보라고 활 측면도 있을 성싶다.

DGB금융은 사외이사 선임에서부터 친(親)김태오 인사 앉히기 시비를 불러일으켜 왔다.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 없이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실적이 좋았고 CEO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행장자리를 처음으로 꿰찬 임성훈 전 행장을 굳이 연임없이 퇴진시키고 현임 황병우 행장을 올 초에 선임했다. 임 전 행장은 재임시부터 김 회장의 캄보디아 사법리스크에 제대로 도움을 주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는 후문에 시달렸다. 회사 분위기가 이러니, 계좌 무단 개설 의혹 같은 통제가 제대로 가동되기엔 토양이 척박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 수장도 마찬가지로 석연찮게 교체됐고 그 여파가 PF 관련 잡음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이투자증권 김경규 전 대표는 사상 최대실적을 이끌며 연임 가능성이 높이 점쳐졌지만, 2022년 초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체제가 가동됐다. 

홍원식 체제로의 전환, 즉 수장교체 추진은 김 회장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IB에 치중된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라는 명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일거에 수장을 날리는 등 지주 입김이 강하게 작동하는 분위기에서 당장의 실적 압박이 없을 수 없었을 터. 2021년 하이투자증권 영업수익 가운데 IB 수익은 6887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51.6%를 차지했다. IB 사업부 수익은 부동산 PF를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작년 말 기준 전체 영업수익에서 부동산PF 실적이 포함된 IB 사업부 비율은 82.8%나 됐다. 오히려 커진 셈이다.

왜 그럴까?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 강화는 201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큰 틀이다. 2018년 첫 회장 취임한 김태오 체제도 이를 사실상 추인, 응원했고, PF 리스크를 키운 주인공으로 알려진 김진영 사장은 하이투자증권 수장이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그대로 승승장구하게 방치했다. 이 김 사장은 아들 회사인 흥국증권에 전단채 수수료 몰아주기 논란을 빚어 하이투자증권에 부담을 안긴 바로 그 투자금융총괄이다. 상황이 이러니 PF 꺾기 등 잡음이 불거져도 이상할 게 없는 구조다.

결국 거칠게 요약하면 김태오 체제의 문제점이 응축됐다. 터진 게 이번 PF 잡음, 부정 계좌 등 부메랑인 셈이다. 계열사 수장 교체나 시중은행 전환 등 주요 이슈를 자기 3연임 관련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김태오 체제에 대한 의문은 그런 점에서 견제받아야 한다.

하지만 당국이 김태오 책임론을 DGB에서 오롯하게 지게끔 하는 건 잘못된 부분이 없지 않다. 이번에 책임을 안고 김 회장이 3연임을 접더라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논의나 하이투자증권의 포트폴리오 균형감 보강 등은 계속 추진돼야 할 이슈다. 그런 점에서 차기 DGB 회장 후보군 윤곽은 이런 문제를 고려하고, 이 부분에 대해 일정한 점에선 채찍만이 아니라 오히려 당국의 응원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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