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입법예고에 기대·우려 함께 나와
재범방지는 긍정적…기본권 침해 우려
법무부 “법리 검토 거쳐…차질 없을 것”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당시 68세)의 출소를 이틀 앞둔 지난 2020년 12월 10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당시 68세)의 출소를 이틀 앞둔 지난 2020년 12월 10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조두순·김근식 등 고위험 성범죄자를 국가지정시설에만 주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에 나서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범죄자 거주지 인근 주민 불안을 해소하고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지만, 주거 이전의 자유를 제한함에 따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25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전날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제시카법은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 의회가 성폭행 후 살해된 소녀 제시카 런스포드의 이름을 따 제정한 법으로, 미국 39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아동성범죄자 출소 후 학교 등의 시설로부터 1000~2000피트(ft), 즉 304.8~609.6m 이내 거주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법상 고위험 성범죄자란 13세 미만 아동 대상 또는 3회 이상 상습 성폭력을 저질러 전자감독을 받는 대상이다. 법무부는 그중 10년 이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은 사람 또는 출소를 앞둔 이들에게 해당 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는 325명이다. 올해 69명을 포함해 오는 2025년까지 매년 60명가량이 출소하게 된다.

당초 법무부는 유치원과 학교 등 일정 시설로부터 거리 기준을 둔 뒤 거주를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했으나, 국토가 좁고 수도권 인구 밀집도가 높은 현실을 반영해 국가 운영 시설로 거주지를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거주시설은 대상자가 사는 광역자치단체 안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하게 된다. 즉, 고위험 성범죄자는 자신의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거주지 제한 여부는 법원이 최종결정권을 갖는다. 보호관찰소장이 검사에게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제한명령을 신청한 다음,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이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에게도 소급 적용돼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 불안 해소라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헌법이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위반할 뿐 아니라 인권 침해 소지까지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재범 방지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위헌 소지나 과도한 인권 침해에 대한 지적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제시카법보다 한국형 제시카법이 인권침해 요소가 더 큰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 직장 위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로 시설에 지내게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중대한 인권 침해 요소로 보일 수 있다”며 “시설의 지역이나 위치 문제는 물론 거주 시간, 수면 및 식사 시간 등의 제한이 생기게 되면 또 다른 인권 침해 논란으로 파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난해 10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전입 직후 5만명 국민동의 청원을 시작으로 시민들과 함께 ‘한국형 제시카법’ 제정을 법무부에 강력히 촉구해 온 정명근 화성시장은 제시카법 입법예고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앞서 정 시장은 “주민들이 불안감으로 공포에 떠는 이유는 법적, 제도적 미비로 인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며 “강력 성범죄자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와 함께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시카법 도입을 주장해 온 바 있다. 

법무부 한동훈 장관이 지난 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관련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법무부 한동훈 장관이 지난 24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관련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법무부 “형벌 아닌 보안처분”

일각의 우려에도 법무부는 위헌 소지 논란을 우려해 법리 검토를 거치면서 관리·감독 제도를 강화했기 때문에 운영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한동훈 장관은 전날 입법예고 브리핑에서 거주 제한 처분이 또 다른 형벌이 아닌 보안 처분이라 위헌이 아닐뿐더러 이미 헌법재판소에서도 결론 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기본권은 공익 관점에서 법률에 따라 제한할 수 있으며, 현재 제도를 비교해 볼 때 헌법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다”며 “사회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거나 지적해 주면 반영하겠다”며 “성범죄자의 주거 부정이나 재범 억제로 국민안전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다”고 했다.

‘추가 형벌’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보안 처분은 형벌이 아니다”며 “문제의식은 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이중처벌이 아니다”고 말했다.

거주지 제한에 교화 조치도 수반될 것이라고도 했다. 법무부 윤웅장 범죄예방정책국장은 “거주지 제한 명령이 부과될 시, 지역 사회와 관련해 상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사회 적응 조치가 우선 시행될 계획”이라고 짚었다.

해당 제정안은 오는 26일부터 입법예고가 시작된다. 이후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최종 법률안이 마련되면 입법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