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는 소상공인... 급격한 매출 감소
코로나19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 빚 갚기도 힘들어
소득 감소·소비자심리지수 ‘비관적’...지출 줄이는 소비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국밥집.&nbsp;‘이천원 국밥집’으로 유명했으나, 최근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500원을 인상했다.&nbsp;ⓒ투데이신문<br>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국밥집. ‘이천원 국밥집’으로 유명했으나, 최근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500원 인상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코로나19 이후 소득을 회복하지 못한 소상공인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현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도시가스·수도 요금까지 급격히 올라 소상공인 경영 위기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폐업하는 소상공인도 증가했다. 실제 올해 1~8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7만80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었다. 올해 지급건수는 1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지급액은 지난해 9782억을 뛰어넘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활기를 되찾을 줄 알았던 시장이지만 암울한 전망에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치솟는 식자재 가격, 높은 임대료, 상승한 인건비까지 힘겨운 짐을 짊어진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판매가 4만2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인상된 맥주 ⓒ투데이신문<br>
판매가 4만2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인상된 맥주 ⓒ투데이신문

재료비부터 인건비까지 전부 올랐지만... 매출만 감소

“생맥주 한 통에 4만2000원씩 하던 게 5만8000원으로 올랐어요.” 여의도 일대 상가에서 치킨집을 10년째 운영하는 A씨는 이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안 그래도 물가가 올라 힘든 상황에 공급 가격이 한 번에 38%나 오른 것이다. 판매가를 그대로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막상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쌈밥 전문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지난달에만 전기세가 10만원 이상 올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전기세가 50만원에서 70만원 정도였지만 올여름엔 100만원이 나왔다. 가스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비 20~30% 증가했다. 원재료 비용은 물론이고 인건비, 전기세, 가스비를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부터 카드 수수료까지 전부 올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대로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B씨는 1500만원에서 2000만원가량 순수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원재료비, 전기세, 수도 요금, 수수료까지 안 오른 게 없어요”라며 매출표를 들고 와 가게 매출과 순수익을 보여줬다. 실제 매출표를 확인해 보니 순수익이 지난해 대비 3분의 1가량 줄었다. 

원재료 가격은 1년 사이 20~30%씩 늘었고, 인건비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인건비가 꾸준히 오르기도 했고, 이쪽 직종(식당)은 기본 시급보다 3000~4000원 이상 더 줘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가 올랐다고 가격을 올릴 수가 없어요. 손님이 안 와요”라는 말에서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움이 여실히 느껴졌다.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지난 2021년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코로나19 여신(대출) 상담창구의 모습 [사진출처=뉴시스]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지난 2021년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코로나19 여신(대출) 상담창구의 모습 [사진출처=뉴시스]

코로나19보다 힘든 지금... ‘빚 못 갚는 자영업자’

매출과 영업 이익을 크게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 상환이 시작돼 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맥주 유통 가격이 올라 힘들다던 A씨는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이 끝나가는 것도 고민이라며 하소연했다. 코로나19 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소상공인들은 대출을 받아 생업을 유지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 채무액은 크게 늘었다. 지난 23일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이 KCB와 NICE 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까지 자영업자 전체 채무액은 약 7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550억, 2021년 640억에서 올해는 7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2020년 대비 77% 증가한 금액이다. 

채무액은 물론이고 채무불이행 금액도 늘어났다. 채무불이행 금액은 2020년과 비교해 NICE신용평가 기준 3조9000억원에서 9조1000억원으로 2배 이상, KCB 기준으로 2조5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대위변제액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로부터 받은 ‘지역별 신용보증 사고·대위변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누적 대위변제액은 1조2207억원이다.

고금리와 원리금 상환 시작으로 금융 시스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9월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9월 말에 일시에 종료돼 부실이 한꺼번에 터진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으며, 실제로 국내 금융 시장은 이를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소상공인이 지니고 있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또한 자영업자 대출 부실 가능성을 무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두 달 연속 증가해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상승해 0.50%까지 올랐다.  

서울 시내 음식점 앞을 지나가는 시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평균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평균 7069원으로 7000원을 돌파했다. 외식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줄어드는 소득, 지갑 닫는 소비자 

취재하며 만난 소상공인들 전부 물가가 올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이 한몫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것이다. 회식이 줄고, 외식도 줄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C씨와 B씨 전부 “회식이 줄어들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여의도 근처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D씨는 “안 오르는 건 월급밖에 없다“며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면 양은 줄고, 값은 비싸졌다. 술집에서 맥주 한잔하는 것도 이제 부담된다“고 말하며 높아진 물가를 실감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뿐만 아니라 실제 통계도 이를 말해준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4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2021년 2분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뒤 8분기 만의 감소세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증가해 가처분소득도 17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도 전달 대비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부터 8월까지 100점을 웃돌며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9월 99.7점을 기록했다. 이는 4개월 만의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자수는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나타낸 지수로, 수치가 100점을 넘으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 100점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금리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소득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외식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코로나19 시기에 지급했던 손실보전금도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라 소상공인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는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매출액이 기준 이하인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기요금 감면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소상공인, 대책은...

정부는 경영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지원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2024 소상공인 예산안은 5조원으로 올해보다 8000여억원이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소상공인 경영응원 3종 패키지’는 에너지비용, 금융비용, 고용보험료 부담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소상공인 12만명에게 최대 5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효율 에어컨 설치, 개방형 냉장고 문 달기 지원 등 효율 높은 냉난방 설비 보급을 늘릴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저금리 대환대출을 신설하고, 경영 안정과 재해 복구를 위한 정책 자금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 2만5000명을 대상으로 하던 고용보험료 지원 대상을 4만명까지 확대하고, 보험료 지원 비율도 최대 50%에서 최대 80%까지 올렸다. 

자영업자 A씨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새로운 정책들을 통해 모든 자영업자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