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OLDs)> 기억해야 할 아홉 번째 소식,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구제 신청 7870명…12년간 처벌·진상규명 미흡
가해 기업은 책임공방만…주무부처 환경부도 뒷짐
“건강 이어 가족·재산·청춘 잃어…아직도 고통 속”
‘생활 화학제품 안전협약’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지금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언론은 ‘뉴스news’가 아니라 ‘올드스olds’에 있어요. 얼마만큼 희석되지 않고 시간을 견디는, 한 노동자가 죽은 사건을 10년 이상 들여다보는 언론이 필요한 거예요. 세월호 참사를 20년, 30년 취재하는 언론이 필요해요. 그런데 조회 수에 의존하는 언론이 그게 가능할까요? (중략) 2000~3000년 전에도 가능했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얘기해야 돼요. 이제는 뉴스의 시대가 아니라 올드스의 시대니까요.” - 도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中 

올드스(OLDs)는 ‘오래된’이라는 뜻의 ‘Old’와 ‘소식’이라는 뜻의 ‘News’라는 뜻을 담아 만든 단어입니다. 오랫동안 기억해야 하고 반복되지 말아야 할 사건을 재조명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속보 경쟁에서 벗어나 ‘그때’와 ‘지금’을 짚어봅니다. 신문 헤드라인에서 지금은 한 모퉁이로 자리는 옮겼지만 마음 한 가운데 남아야만 하는 뉴스를 찾아 소개하겠습니다. 

실제 가습기살균제 제품. ⓒ투데이신문
가습기살균제 제품.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2년 전인 지난 2011년, 우리는 큰 공포에 잠식당한 적이 있다. 무색무취에 공기를 타고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어넣은 침묵의 살인자 때문이다. 

그렇게 조용히 우리 곁을 찾아와, 숨 못 쉬는 고통에 사투하게 만든 정체는 바로 ‘가습기살균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그해 원인 미상 폐 질환에 걸린 임산부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해당 화학 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1827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총 7870명이며, 이들 중 피해지원 대상자수는 5212명이다.

피해 인정자가 무려 5000명이 넘어가지만 아직까지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에 대한 정당한 처벌도, 피해자 구제도,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즉, 가해자 없는 ‘피해자’들만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진행된 1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는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의 임직원 13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내렸다. 또한 SK케미칼 SKY바이오 팀장 최모씨 등 4인을 옥시제품 원료공급 관련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동물실험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등법원 앞에서&nbsp;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56개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nbsp;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되는 SK·애경·이마트의 유죄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56개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되는 SK·애경·이마트의 유죄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그리고 지난해 3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9개의 가해기업에 피해자 7000여명에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피해 보상안을 최종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피해보상금의 60%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이 조정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논의가 무산됐고, 보상금 지급이 미뤄졌다.

이어 지난 9월 26일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 공청회’에서도 가해기업 간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옥시와 애경산업은 원료물질 제조업체인 SK케미칼이 분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SK케미칼은 조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가운데 주요 가해기업 중 한 곳인 애경은 환경부가 지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추가분담금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옥시도 이번 분담금까지만 내겠다고 선언하면서 더욱 파장이 일었다.

시간이 지나, 지난달 26일 진행된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애경 안용찬 전 대표 등의 2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 관계자 11명에게도 각 금고 3~5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들은 제품의 위해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영유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었고, 부모들은 평생 죄책감에 살아가게 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가해기업들이 오랜 시간 동안 참사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 또한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인 환경부가 12년 동안 뒷짐만 져왔다는 평가다.

피해자들은 “우리 몸이 증거”라며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쓰고 온갖 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엄연히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절규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것마저 시간을 핑계로 묻혀 무관심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가해 속에서 살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기억해야 할 사건을 선정해 보도하는 [올드스]를 통해 다시 한번 가습기살균제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78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건임에도 침묵을 고수하는 사회에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현재 진행형인 사건임을 다시금 알리고자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서영철씨. [사진제공=본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서영철씨. [사진제공=본인]

건강부터 청춘까지…모두 잃은 그의 외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7870명 중 한명인 서영철(66)씨. 그는 지금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7년, 당시 그는 2000평 규모의 축산 농장 소유주였다. 부산에서 창녕의 한 작은 시골 마을로 거처를 옮겨 시작한 사업은 불과 2~3년 만에 호황을 맞았다. 그는 평일엔 농장 일, 주말엔 사회인 야구단을 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지냈다. 그때는 마치 인생의 전성기와도 같았다. ‘잘나가는 사업가’, ‘자랑스러운 가장’, ‘모임을 주도하는 외향형’ 모두 과거 그를 지목하는 수식어였다. 

그러던 중 업무차 들렸던 군청에서 서씨는 공무원들이 내부에 설치한 가습기를 발견했다. 겨울철 건조한 공기가 촉촉해지고 쾌적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에 그는 당장 가습기를 구매했고, 그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당시 그가 사용하던 가습기는 온열 가습기로, 기기 밑 부분이 열로 인해 누렇게 그을려지는 것은 물론 석회분이 많은 지하수를 끌어 쓰는 탓에 거의 매일 청소가 필요했다. 청소가 번거롭고 귀찮아질 때쯤 광고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가습기살균제는 여러모로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물건이었다. 물때도 없애는 것은 물론 매일 세균까지 박멸한다고 하니, 공장 일로 바쁜 그에게는 꼭 필요한 제품이었다.

여러 유명 기업이 너도나도 가습기살균제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던 터라 제품은 묶음 상품으로 할인 판매했고, ‘안전성 보장’, ‘좋은 향기’ 등의 문구는 서씨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가습기살균제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작성돼 있다. ⓒ투데이신문
가습기살균제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작성돼 있다. ⓒ투데이신문

직접 사용해 보니, 가습기를 깔끔하게 사용 및 보관할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서씨는 뚜껑으로 1~2번 넣던 살균제를 나중에는 계량 없이 눈대중으로 콸콸 넣기까지 했다. 

그러던 2011년 2월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야구단을 나가 야구를 하던 중 유달리 숨이 가쁘고 움직임이 더뎌졌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사게 된 그는 애써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 그날따라 숨이 차고 몸의 힘듦을 느껴 결국 그는 가까운 큰 병원을 찾아갔다.

서씨가 처음 진단받은 병은 ‘폐기종’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 중 하나에 속한다. 종말세기관지 원위부인 폐포 벽의 파괴됨에 따라 비정상적·영구적으로 폐포 공간이 확장되는 질병이다. 이후에도 그는 천식 증상이 있고 폐기능이 40%로 떨어졌다는 검사 결과를 들었다.

그의 50대 초라는 젊은 나이, 공기 좋은 시골이라는 환경, 폐 유전병이 없던 가족력, 적은 흡연량 등으로 미뤄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진단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씨는 폐질환의 원인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뉴스에 도배된 ‘가습기살균제 판매 금지 및 수거’ 관련된 소식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씨는 예상치 못한 투병의 길을 걷게 됐다. 약을 매일 여러 차례 먹어도 몸은 점점 안 좋아졌고, 집에서 외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약을 먹을 때마다 다른 증상이 추가돼 복용 종류와 양은 점점 늘어갔다. 숨은 점점 쉬기 힘들어져 산소호흡기를 콧줄로 연결해야 했고 10m를 걷는 것마저 그에겐 큰 고비가 돼버렸다.

“사람이 숨을 못 쉬는 고통은요.. 우리 옛날에 영화 같은 거 보면 어항이 깨지면서 그 안에 있던 금붕어가 물이 없는 바닥에서 파닥파닥 뛰고 그러잖아요. 내가 그런 신세인 거예요. 이따금씩 호흡 쇼크가 오면 숨이 막 깔딱깔딱 넘어가거든요.” 

그의 투병은 가족과 생계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농장 일을 아내 혼자 담당하다 보니 날로 부부싸움만 늘어갔다.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미안하다가도 금세 서로 지치기 마련이었다. 더뎌진 농장 운영, 강사로 일했던 농촌경영농장과 요리 교실 운영 중단 등으로 경제적인 위기까지 찾아왔다. 끝이 없는 어두운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과도 같았다.

경제적 압박은 마음의 결핍으로 이어졌다. 지쳐가는 투병생활과 가정의 위기가 점점 그의 삶을 옥죄어오자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들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계속되는 고통과 괴로움에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자행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고통의 나날 속에 살던 서씨는 지난 2014년 정부가 그와 같은 사람들을 지원해 주겠다고 해 그나마 살아갈 희망이 생겼음을 느꼈다. 하지만 당시에는 ‘폐 섬유화’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판단했기 때문에 그의 아픔과 고통은 인정받지 못했다. 2년 뒤 천식도 인정해 준다는 공고를 보고 두 번이나 지원했지만 피해자가 아니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또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세 번째 피해구제 신청을 했고, 신청 2년 반만인 2021년 12월이 돼서야 완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분명히 피해를 입었는데도 이를 입증하고 인정받기까지 7년이 걸렸다. 이미 모든 것을 잃고 난 다음에서야 진정 피해자가 된 셈이다. 7년 동안 서씨는 끝없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고통에 허덕여야 했고 요양병원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극심한 갈등 끝에 아내와 아들과 헤어졌고, 이로 인해 대인기피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분노 조절 장애, 공황장애를 얻었다.

현재 그는 요양병원에서 나와 홀로 생활하며 성공률이 50%인 폐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놈의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날렸어요. 청춘도, 가정도, 돈도…. 그래도 나름 귀농해서 당당하게 멋지게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지치고 힘듭니다. 하루 그리고 당장 오늘 밤도 무섭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샬균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투데이신문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샬균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투데이신문

“사람을 죽였다면!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그 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이 기업들 죄에 걸맞은 법원의 선고가 있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며, 더 이상 피해자들이 이 마음의 고통에서 피눈물 흘리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에는 건강상에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하게 살던 가정이었습니다. 달콤한 광고에 설득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아내를 잃고, 장모님을 잃고, 직장도 잃고, 가정도 파탄 났습니다.”

“저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후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 폐질환을 앓는 중증도 피해자로, 생업이 중단된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썩은 살인 정부와 공범인 살인기업 때문에 처참하고 비참한 인생이 돼버렸습니다. 사법부도 공범이 되지 말고, 정부와 기업은 공정한 심판으로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평범하게 살던 40대 중반에 아파트의 건조함과 갱년기 열감으로 사용하게 된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호흡곤란이 와 투병생활을 시작했어요. 투병 중에도 (가습기를) 장시간 사용해서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겪었습니다. 가정주부의 수십 년 투병으로 가정이 파탄 나고 혈육과 천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말았습니다. 여느 가정 못지않게 행복해야 할 나의 모든 것들을 잃었습니다. 현재도 호흡이 안 되니 신체 모든 것들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육신의 어느 기관 하나 멀쩡한 것이 없습니다.”

“국가에서 인증한 제품이 독성이어서, 그로 인해 수천 명이 생명을 잃고 살아난 자들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칼로 죽이지 않았다고 해서 무죄인가요? 국가는 어디에 있나요?”

- 피해자 탄원서 내용 中 일부 (출처:환경운동연합)

우리 곁에 남은 7870명의 호소

서씨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결심공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가해기업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피해자들의 비통하고 안타까운 사연은 단 몇 줄에 꼭꼭 담아져 재판부에 부쳐졌다. 탄원서에 적힌 글은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이들에게는 작지만 뜨거운 ‘희망’이었다. 이들은 철옹성 같은 기업과 정부의 벽을 뚫기 위해 12년 동안 시위, 농성, 고발, 탄원 등 여러 활동을 하며 끊임없이 가해기업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피해자들과 오랜 시간 연대하며 같이 발맞춰 온 단체가 있다. 바로 환경보건시민센터(이하 센터)다. 센터는 가습기살균제가 알려진 지난 2011년부터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거센 세상과 맞서 싸워왔다.

하지만 이들은 가습기살균제가 여러 참사와 달리 현재까지 많은 사망자와 피해자가 나옴에도 사회 전체가 무관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도 많아 국가 차원에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사건이 발발한 지난 2011년 때도 크게 조명되지 않았어요. 다만 지난 2016년, 검찰 수사하고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함에 따라 딱 한 해에 조명받았고, 나머지는 사실상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봐야 돼요. 규모로 따져봐도, 단일 사건임에도 사망자가 2000명에 육박하는 전무후무한 한데 비교적 다른 참사와 달리 여전히 무관심의 늪에 빠져있죠.” (최예용 소장)

이에 센터 측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만이 해당 사태의 해결점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해결로 다가서는 길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길로 최 소장은 △형사재판서 가해기업 관련자 유죄 판결 △과거 정부의 책임에 대한 진상 규명 후 사과 △판매처-구매자 연락·방송·인구조사 등을 이용한 피해자 실태 및 전수조사 등을 제시했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최선은 아니지만 할 만큼 해야죠. 피해자들을 위해서, 현재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할까 두려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노력을 했다고 자평할 수 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명 ‘생활 화학제품 안전협약’을 만들어 국제적인 교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 사회가 비록 안타까운 경험을 했지만 그것을 귀중한 자산으로 남겨 ‘안전 사회’로 가는 초석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최예용 소장)

이처럼 12년 전에 일어난 참사라 해서 끝이 아니었다. 아직도 차가운 산소 호스에 평생 숨을 의지한 채 작은 집을 세상의 전부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집 앞을 걷는 산책도, 친구를 만나 대화하는 것도, 특별한 날을 맞아 여행 가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평범한 일상으로 되찾고, 오래된 아픔을 끊어낼 수 있도록 국가가, 사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차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및 가습기살균제 폐암 피해 가족들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폐암에 대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환경보건시민센터 및 가습기살균제 폐암 피해 가족들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폐암에 대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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