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가해기업 임직원 유죄 호소 기자회견
실제 피해자·환경운동연합 등 56개 시민단체 모여
가해기업 항소심 결심공판 당일…유죄 선고 촉구
“가해자 없는 피해자 없어…반드시 형사처벌해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56개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되는 SK·애경·이마트의 유죄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56개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되는 SK·애경·이마트의 유죄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지목되는 SK·애경·이마트의 결심공판 날을 맞아 피해자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유죄 선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SK케미칼·애경산업·신세계이마트 등은 명백한 유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56개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26일 오후 1시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가해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유죄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같은 날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CMIT/MIT를 원료 물질로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등의 전직 임직원 13인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앞서 지난 2021년 1월 12일 진행된 1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는 SK·애경·이마트 등의 임직원 13인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에 대해 피고인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SK케미칼 SKY바이오 팀장 최모씨 등 4인을 옥시제품 원료공급 관련해서도 무죄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동물실험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쓰고 온갖 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엄연히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기본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은 가해기업들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고 규탄했다.

이후 이들은 지난 10월 4일 가해기업들에 대한 유죄 선고를 촉구하는 서명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이번 결심공판 이후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며, 서명 캠페인 등의 자료를 법원의 선고기일 전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 채경선씨가 먼저 발언에 나섰다. 그는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사용한 뒤 4인 가족 모두 폐질환을 앓고 있다.

채씨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자 처벌에 대해 사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단순히 법률적으로 의미가 있는 경우에만 적극적으로 수사 선상에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운명이, 인생이 바뀐 7800여명의 피해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며 “재판부는 상대편 기업의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하신 것이 아니라면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눈물을 보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인재씨. ⓒ투데이신문
눈물을 보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인재씨. ⓒ투데이신문

다음으로 나선 피해자 조인재씨는 응급실 간호사 생활을 하던 중 지난 2016년 갑자기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거주지를 서울에서 원주로 옮겨 치료 및 요양 생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말에 가습기 살균제를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근무지에서 사용했다”며 “이로 인해 폐암을 진단을 받았고, 폐 우측 3분의 1을 절제했다. 현재 힘들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아무도 없고 피해자만이 이렇게 억울하게 지내는 것이 맞냐”며 “10년 넘게 투병생활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고 스스로 목숨을 저버릴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단체도 이들과 연대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남성욱 변호사는 “지난 2021년 1월 12일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벌써 한 약 3년이 흘렀다”며 “그간 형사사건에서 피해자 변호사로서의 한계는 있지만, 피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생산, 유통 기업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을 묻는 재판이면서, 동시에 천식, 간질성 폐손상 등의 원인 관계를 규명하는 과정”이라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다시 무죄가 선고된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피해자들은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향후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 구제는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 같은 참사의 해결의 핵심은 가해기업과 그 임직원들의 형사처벌이라며 항소심 재판부가 죗값에 맞는 형량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56개 시민단체 관계자와 피해자들이 가해기업 임직원 13인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리기 전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56개 시민단체 관계자와 피해자들이 가해기업 임직원 13인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리기 전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