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서 4급 암모늄 들어간 소독제 승인
환경부서 흡입독성실험 결과 은폐했다는 보도도
정부 “과도한 우려 및 공포심 가질 필요 없어”
시민사회 “소극적 지침에 불과…대책 마련 필수적”
전문가 “재발방지 총력 가해야…명확한 지침 필요”

지난해 11월 한 고등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시험장을 방역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1월 한 고등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시험장을 방역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당시 많이 사용된 방역 소독제에 가습기 살균제에도 쓰인 4급 암모늄 화합물 성분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뒤늦게 공중 분사 금지 표기를 추진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독제 공포 어쩌나

지난 5월 17일 JTBC는 일부 지자체에 공급한 분사형 코로나19 방역 소독제 내 4급 암모늄 화합물이 밀폐된 공간에서 흡입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4급 암모늄 화합물은 가습기 살균제에도 사용됐던 독성이 강한 성분으로, 수건에 묻혀 물건을 닦는 데에 사용 가능하지만 분무기 등으로 공기 중에 분사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험을 제기했지만, 환경부는 안전성이 입증됐고 흡입독성실험도 면제됐다며 소독제로 사용하기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해당 성분의 흡입독성에 대한 동물 실험을 실시한 결과, 흡입한 쥐들의 폐에서 염증과 충혈이 발생했고, 일부 조직에선 궤양도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자, 환경부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조사 결과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환경부는 “방역용 소독제에 가습기살균제 사고 물질인 4급 암모늄 화합물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과도한 우려와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독성 물질에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국민들은 만일 피해가 발생되면 어떻게 치료하고 보상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아직까지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이달 1일부터 코로나19에 대한 대부분의 방역 규제가 풀리며 사실상 엔데믹으로 진입한 가운데, 아직 지하철 등 일부 방역현장에서 여전히 소독제를 분사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소독제 오용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급 암모늄’이란

4급 암모늄은 살균제·탈취제·세제 등에 흔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우리나라에서 약 17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이기도 해 해당 물질에 대한 독성 및 유해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일명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 지난 2021년 1월 12일까지 신고된 사망자만 1740명, 부상자 5902명의 피해자가 나온 화학 재해이다.

이처럼 4급 암모늄은 건강에 치명적인 해당 물질로 평가받는다. 코나 입으로 흡입 시 호흡곤란 등 급성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호흡기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2월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는 소독 위주의 방역 대책을 제시하며 4급 암모늄 성분이 담긴 코로나19 방역 소독제를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환경부는 4개 유효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 △알코올(70%) △제4급암모늄화합물 △과산화물(peroxygen compounds)을 포함한 방역용 소독제 환경부 승인제품을 총 77가지로 제한하며, 소독제를 사용할 경우 물체 표면을 충분히 젖도록 한 후 닦는 방법이 담긴 공문을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당시 4급 암모늄 성분이 가습기 살균제에도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자, 주무 부서인 질병관리청은 물론 각종 전문가, 언론 등에서도 방역 소독제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방역 현장에 해당 소독제의 분사 금지를 권고했다고 발표했고, 이어 소독제에 대한 흡입독성시험이 필요 없고, 관련한 자료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지난 2020년 초부터 최근까지도 실제 방역 현장에서는 사용법 및 주의사항에 대한 홍보 부족, 시간 부족 등으로 물체의 표면을 걸레나 천으로 닦는 것이 아닌 공중에 분사하는 방식으로 방역을 진행해 왔다.

이에 더해 JTBC가 확보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의 흡입독성시험 실험배경으로 ‘살균소독제를 공기 중에 뿌리는 분무소독 방식으로 사용해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증가된다는 언론 지적’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환경부는 관련 실험까지 하고 실제 들이마시면 위험하다는 결과를 도출했음에도 실험 자체를 부인한 것에 이어 결과를 알리지도 않았다. 이에 대부분의 방역 현장에서 방역 소독제의 위험성을 정확히 모른 채 살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화진(오른쪽 두번째)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교통공사 방화차량사업소에서 지하철 방역 소독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화진(오른쪽 두번째)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교통공사 방화차량사업소에서 지하철 방역 소독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급히 수습나선 정부

흡입 시 인체에 치명적인 소독제가 여전히 분사·분무 형태로 지하철 등에 뿌려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환경부가 잇따라 나오자, 환경부가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환경부 한화진 장관은 방역용 소독제 사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방화차량기지를 방문했다.

현장에서 한 장관은 소독제를 공기 중으로 분사하지 말 것과 작업 시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환경부는 이달까지 방역 소독제 겉면에 ‘공기소독 금지’를 명시하고 관계 부처와 협력하겠다는 등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질병관리청과 공동으로 적법하고 안전한 소독 방법을 안내·홍보해 왔으나, 실제 방역 현장에서는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해 물체표면 소독이 아닌 공기 중에 분사해 소독한 사례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에서 승인한 방법대로 소독제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허가·승인된 4급 암모늄 화합물이 포함된 소독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선 표면 소독제용으로 등록 및 승인돼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등록된 코로나19 소독제(652개) 중 46%(301개)가 4급 암모늄 화합물 함유 제품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환경부는 오는 2024년까지 진행할 살생물제 승인·심사 시 방역용 소독제 위해성 평가 결과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방역용 소독제 겉면에 ‘공중에 분사해 사용하지 말라’라는 내용의 문구를 기재하도록 했다. 환경부의 조치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은 감염병 예방용 소독·살균제 겉면에 붉은 글씨로 ‘공기소독 금지’라는 문구를 표기하도록 소독제 업체에 권고했으며 이를 의무화하는 고시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소독제 사용 방식의 ‘권고’, ‘금지’ 구분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 환경부는 시정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연구원도 ‘방역용 소독제는 물체 표면 소독용이어서 승인·허가 시 규정에 따라 흡입독성 시험 자료 제출이 면제된다’고 밝혀왔지만, 이후 흡입독성을 시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도마 위에 오른 것에 대해서 “지난 2021년 진행된 실험은 방역용 소독제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서 실시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19년 시행된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소독제 전반 유해성 연구를 위해서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후속대책 마련해야” 목소리↑

환경부의 해명에도 시민사회에서는 공중분사 금지 표기 외 추가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방역소독제 논란에 대한 방역 당국의 안이함에 대해 규탄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여전히 이 사안을 공기 중에 분사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지 않은, 방역현장의 과실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며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이처럼 안이한 대책을 규탄하고 관련 지방자치단체, 고용노동부의 무대응에도 개탄을 보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란에서 언급된 물질들, 특히 염화벤잘코늄(BKC)의 유해성과 위해성은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우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 해당 물질을 더 우리 곁에 남겨두어야 할 이유가 없다. 표면 소독용으로는 안전하다는 소극적 지침으로는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에 성찰과 신속한 후속대책을, 지방자치단체에 관할 방역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안전점검을, 고용노동부에 방역현장의 안전보건관리와 건강피해 실태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진단에 준하는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명예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하철,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소독제 분무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되풀이와 다름없다”며 “3년 전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방역효과가 없음을 발표했다”고 짚었다.

이어 “환경부는 성분이 들어간 소독제를 분무 및 분사하는 것 대신 표면 소독을 ‘권장·권고’ 하는 식의 애매한 표현이 아닌 효과도 불확실하고, 인체 위해성도 의심스러운 분무소독은 금지하고, 표면소독  후 환기를 해야한다 등 정확한 방침을 지자체에 내려야 한다”며 “방역을 담당하는 지자체 보건소는 방역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호장치와 방역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방역 소독제마저 문제를 일으켰다”며 “부처 내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반성과 변화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