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따라 가격 제한받는 등 구조적 한계 특수성
과도한 비용 지출·투자 회수 실패 등 새는 돈도 만만찮아
정책 대 수익 목적 따른 구분 통해 보전처리 시도 필요도

국민 일상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에 비해 재무구조가 부실한 경우가 늘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8년 58%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이고, 향후 증가 속도는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한 경제 위기 속에서 공공기관 대수술이 필요한 때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악화 문제와 방만경영 및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의 방만한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공기업의 부채 수준이 너무 높아 모두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방문규 장관의 말이다.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공기업 부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초기였던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부채가 지난 5년간 급증해 작년 말 기준으로 583조원에 이른다”고 언급할 정도로 공기업의 재무구조는 위험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공기업의 허리띠를 졸라매기에 나섰지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기로 인해 단기간에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무위험기관 선정결과.[자료제공=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인 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석유공사, 광해광업공단, 가스공사, 석탄공사, 철도공사(코레일) 등 14개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했다.

재무위험기관 중 사업수익성 악화 기관으로는 한전, LH, 수력원자력, 지역난방공사, 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 등 9개사, 재무구조 전반 취약 기관으로는 코레일, 석유공사·가스공사·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 등 5개사가 지정됐다.

기재부가 같은 해 8월31일 발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기관 재무전망’을 보면 해당 재무위험기관 중 부채 규모는 LH(105조3000억원), 한전(99조4000억원), 가스공사(45조8000억원), 수력원자력(39조8000억원), 석유공사(20조9000억원), 코레일(19조6000억원), 중부·남부·서부·남동발전(10조6000억원, 7조9000억원, 7조9000억원), 광해광업공단(7조1000억원), 동서발전(5조9000억원), 지역난방공사(5조6000억원), 석탄공사(2조4000억원) 순이다. 

사업의 성격과 영역을 가리지 않고 상당한 규모의 부채가 누적된 공공기관이 많다는 점은 공공기관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에너지 믹스와 고유가, 금융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

사업수익성 악화(징부)기관은 9개, 재무구조 전반 취약기관은 5개다.

재무위험기관 중 사업수익성 악화 기관으로는 한전과 발전 자회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믹스 변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 LH처럼 대규모 사업 추진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특수성상 부채 규모가 큰 곳 등 크게 두 기둥으로 나눌 수 있다. 

발전 관계사들은 글로벌 상황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거나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 에너지 믹스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발전 업체들 중 가장 규모가 큰 한전의 경우 부채가 지난 2021년 145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92조8000억원으로 1년만에 47조원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9월 내놓은 ‘2023 정기국회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은 최근 크게 뛰었다. 석탄은 지난 2021년 97.8원에서 지난해 156.7원/kWh), 같은 시기 LNG는 121.9원에서 239.9원/kWh 오르는 등 구입전력비가 이 기간 35조8250억원이나 뛰었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상당기간 동결돼 왔고, 최근 인상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전은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348.2%p 증가했다.

지역난방공사 역시 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 변화에 당기순이익이 크게 변동됐다는 점에서는 한전 등의 부채 증가 원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LH의 경우, 주거복지로드맵과 3기 신도시 조성 등 정책 사업 투자로 인해 차입금이 증가하고 있다. 총차입금은 재작년 75조2510억원에서 지난해 81조6490억원으로 6조원 이상 늘었다. 지속적으로 증가한 차입금은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재부는 금리 인상 등 대외요인 악화시,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재무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산손상 및 저수익성 구조 시달리다 재무구조 취약해져

재무구조 전반 취약기관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거나 이미 큰 자산손실이 있었던 곳이라는 점에서 출발점부터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재부는 재무구조 전반 취약 기관으로는 코레일, 석유공사·가스공사·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 등 5개사를 지정했다. 

이들 중에는  가스공사 부채 규모가 가장 크다. 예정처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자산은 지난해 기준 59조2701억원이고 부채는 51조2921억원이다. 자산은 2021년 대비 18조 2385억원 올랐는데 문제는 이 중 9조1258억원은 원료미수금이다. 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 유보 등에 따라 발생한 원가 미회수액(미수금)을 손실이 아닌 자산(기타비금융자산)으로 회계처리한다.

향후 연동제 유보 등으로 인한 원가 미수회액이 더 커질 경우 자본잠식 위기에 처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스공사는 이 미수금 회수에 7~8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 광해광업공단, 석탄공사 등 재무구조 전반 취약기관에 함께 지정된 자원공기업들의 경우 가스공사와 같은 저수익성 사업구조나 해외투자로 인한 자산손상 등의 고민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코레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고속철도 이외 사업의 지속 손실 등으로 부채비율이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거나 저수익을 감수해야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재무구조 전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요금 청구서.[사진출처=뉴시스]
공공요금 청구서.[사진출처=뉴시스]

한 푼 아쉬운데 새는 도 많아...적정성 제고 절실

하지만 요금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구조나,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좌우된다는 점 때문에 거대한 부채가 모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전의 경우,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출자회사에 과도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주요 출자회사는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DN, 한전MCS, 한전FMS, 한전 CSC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한전이 출자회사에 적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지급하면 총괄원가가 상승해 전기요금이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출자회사와의 계약금액을 적정성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는 투자 대비 출자액에 대한 회수율이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문제는 가스공사가 요금 원가 산정 시 해외 지분 투자 금액을 요금 총괄원가에 반영하면서 요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2011∼2022년 가스공사의 호주 GLNG 및 호주 Prelude 투자 및 회수 내역을 보면 3조1352억원에 달하지만 회수원금은 4866억원에 그쳤다.

가스공사도 해당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2026년 자구 노력에서 5조3994억원의 자원 개발 투자 회수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부채관리 대응 필요한 시점...구조조정 등 과감한 조치 필요

공공기관은 정책적 목적의 사업을 시행하는 곳인 동시에 시장참여 기업적 속성도 갖고 있다. 따라서 부채가 발생할 경우 경영에 실패했다고 단순화해 비판할 수는 없다. 반대로 정부가 메꿔줄 손실분이 아닌 경우에도 공공적 목적에 따른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쉽게 주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강구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정책 사업과 시장에서 수입을 내는 기업적 성격을 가진 탓에 정책 혹은 수익사업 어느 쪽에서 부채가 발생한 것인지 명확히 재무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정부 정책 사업 때문에 발생한 부채에 대해서는 사실 정부가 적자를 메꿔주는 것이 맞다”고 설명하는 한편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것은 공기업 자체적으로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기업 관계자는 “부채가 자산보다 빠른 속도도 증가해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부채가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는 부담으로 느낄수 있기에 부채관리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지만 수익성이 악화한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도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정책이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채가 불가피하게 늘어난 면도 있지만 수익성 악화 사업 구조조정 및 비용 효율화를 도모하지 않아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조언이다. 이에 공기업 부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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