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명소] 초조본 화엄경 등 국보, 보물급 다수 소장
국내 최초 출판박물관…독서문화 진흥 앞장 의미
김종규 관장, 출판업 하며 수집에 관심, 박물관 열어
교과서·신문학·금서특별전 등 통해 관심 불러일으켜

삼성출판박물관 전시실 내부 [사진출처=삼성출판박물관]
삼성출판박물관 전시실 내부 [사진출처=삼성출판박물관]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문학관이나 책 박물관은 우리나라 곳곳에 적지 않지만 책을 탄생시키는 출판 및 인쇄에 초점을 맞춘 ‘출판박물관’은 드물다. 삼성출판박물관은 국내 최초 출판박물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출판박물관은 북한산 자락인 서울 종로구 구기동(구기터널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1990년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출범해 20여년간 운영한 뒤, 2003년 지금의 자리인 조용한 구기동 마을로 이사한 것. 올해는 이전 만 20년이 되는 해인 셈이다.

구기동 구기터널 근방 삼성출판박물관 전경 ⓒ투데이신문
구기동 구기터널 근방 삼성출판박물관 전경 ⓒ투데이신문

삼성출판박물관을 찾으면 제1전시실에서는 언제든 볼 수 있는 상설 전시가, 제2전시실에서는 독특한 주제를 선정, 기획된 특별전시가 열리는 등 공간을 잘 안배, 활용하고 있다. 

삼성출판박물관은 국보 ‘초조본대방광불화엄경주본(初雕本大方廣佛華嚴經周本)’ 권 제13과 보물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등 국보, 보물급 국가지정문화재 10여점을 비롯한 고문서, 근·현대 도서류, 출판 인쇄도구, 서화 등 출판 관련 자료 10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설립자인 김종규 관장은 출판인으로 일가를 이룬 데다 책 수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 일찍부터 출판박물관 설립을 공언했던 인물이다. “팔만대장경, 금속활자 같은 세계적 인쇄·출판 문화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 출판박물관 하나 없어서야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것이 그가 책을 수집하게 된 연유다.

김 관장은 형인 삼성출판사 김봉규 창업주(전 회장)가 1964년 출판사를 창립하면서 이 회사 부산지사에서 출판사 업무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전무이사, 부사장 등 회사 일을 두루 집행하면서 여러 자리를 역임, 1992년에는 대표이사 회장에까지 올랐다.

보물 월인석보 권23 [사진출처=삼성출판박물관]<br>
보물 월인석보 권23 [사진출처=삼성출판박물관]

 

삼성출판사 부산지사장 시절, 보수동 골목 헌책방을 오가면서 고서를 수집했다. 6·25 때 피란민들이 가져온 귀한 책을 결국 부산에서 처분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좋은 책을 부산에서 운좋게 다수 구할 수 있었다. 좋은 고서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찾아가고, 은퇴하는 학자의 장서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등 여러 방법으로 콜렉션을 늘리던 끝에 결국 1990년에는 드디어 박물관을 세울 만큼 수집품을 늘렸다.

그는 삼성출판박물관 설립부터 운영까지 사비를 썼다. 아울러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고 문화인들과 교류 폭이 넓어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이사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등도 역임했다. 삼성출판박물관 설립과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일깨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 문화훈장, 자랑스런 박물관상 등 다수의 상훈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광수 무정 [사진출처=삼성출판박물관]
이광수 무정 [사진출처=삼성출판박물관]

“호기심과 풍부한 상상력은 독서서에서 비롯된다”는 김 관장의 신조처럼, 삼성출판박물관은 책과 출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이것이 다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교과서 특별기획전’, ‘한국 신문학 특별기획전’, ‘한국 여성문화자료 특별기획전’, ‘저자 서명본전’, ‘금서(禁書) 특별전’, ‘잡지를 읽다’ 등 다양한 기획꼭지로 책과 출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매번 관심을 모았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휴관한다. 일반 3000원, 학생 2000원의 관람료를 받지만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므로 홈페이지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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