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br>
▲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를 보면, 원숭이들은 아침에 도토리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도토리를 네 개 준다고 하면 화를 낸다. 반대로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고 하면 기뻐한다. 조삼모사는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아는 아둔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업들은 눈 가리고 아웅 방식으로 마치 ‘조삼모사’처럼 소비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최근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꽤 뜨겁다. 질소 과자가 화두에 올랐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현 식품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안임은 확실하다. 

풀무원 핫도그가 5개에서 4개로 줄었고, 양반김은 0.5g을 덜어냈다. 오비맥주는 묶음 제품에 들어있는 맥주캔 용량을 375ml에서 370ml로 줄였다. 전부 가격은 그대로였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만 줄인 것이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양만 줄었다고 치부하기엔 ‘인플레이션’ 효과가 크다. 대략 계산해 보면 이렇다. 천원에 판매하는 초콜릿 100g의 생산 비용이 올라 가격을 100원 올리면 가격이 10%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초콜릿을 80g으로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파는 것은 가격이 20%가량 오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조사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소비자단체활동가 에드가 드워스키가 작성한 글을 봤다. 그는 슈링크플레이션 수법에 당하지 않기 위한 세 가지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제품의 실제 중량을 확인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둘째로 용량 당 가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셋째, PB 제품을 사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소비자는 바쁘다는 점이다. 바쁜 현대인이 마트에 가서 어떤 제품이 용량 대비 저렴한지, 가격이 가장 낮은지, 이전보다 용량이 줄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따지며 비교하는 건 시간 낭비다. 소비자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공들여 피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알릴 수는 없을까. 취재했던 기업들은 용량이 줄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의무 사항이나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무래도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관련 뉴스 영상에는 기업이 아주 괘씸하다던가, 배신감을 느낀다던가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실제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한 번 올린 가격을 내린 적이 있기는 하냐는 말이었다. 

기업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는 가격 유지 압박이 들어오고, 원재료 가격은 치솟고, 인건비도 오르고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을 때 기업이 가격을 내린 적이 있던가. 생산비가 줄었다고, 이윤이 늘었다고 가격을 내릴 생각은 해본 적 없는 듯하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의 신뢰와 기대를 잃은 기업이 추락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노동자 피 묻은 빵’과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기업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손실된 기업의 이미지는 복구하기 힘들다. 

슈링크플레이션이 고객에게 욕먹는 이유는 교묘하고 얄팍한 눈속임이 얄미워서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속일 생각을 하지 말고 알리면 된다. 가격 상승이 매출에 민감하다고 해서 숨기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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