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회의하다말고 갑작스럽게 공관위원장 셀프추천
당 안팎에서는 셀프추천에 심히 당황스러운 분위기 보여
중진 용퇴론 꺼내들었지만 결국 공천 학살로 비쳐질 수도
탈당 및 분당 사태 그리고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nbsp; [사진제공=뉴시스]&nbsp;<br>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느닷없이 자신은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니 공천관리위원장에 앉혀달라고 셀프 추천했다. 이는 혁신위의 혁신안이 용두사미로 끝날 위기에 처해지면서 인 위원장이 셀프추천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심히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혁신위 활동의 빛이 바래게 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거듭나겠다는 의미로 혁신위를 꾸렸지만 그것이 소용없게 됐다.

느닷없은 셀프추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그야말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 영남 중진 그리고 친윤 의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공천관리위원장 자리에 앉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혁신안을 받아들여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공관위원장에 앉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이유는 당 지도부가 공관위에 혁신안 의결을 넘겼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말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혁신위가 내놓은 중진 용퇴안에 대해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에 대한 답을 오는 4일까지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인 위원장이 공천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야말로 돌발행동이나 마찬가지이고, 심히 당황스러운 말이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이 배수진을 쳤다고 평가했다. 혁신위의 혁신안을 당 지도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공관위원장이 돼서 혁신안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혁신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일종의 감투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혁신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셀프추천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공관위원장 자리라는 것이 결국 공천권을 휘두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왜 인요한은

중진 용퇴론을 기반으로 해서 공천권을 휘두르겠다는 것을 과연 중진들이 가만히 두고 보고 있겠냐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당이 둘로 쪼개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위원장은 혁신안을 제안할 뿐이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의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인 위원장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한다는 반발심도 작동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이 결국 자기 사람 심기 위해 중진 용퇴론을 꺼내들었고, 공관위원장 자리까지 내놓으라고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신이 내뱉은 발언의 파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공관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결국 당의 분열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이제 당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치열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는 일단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도 중진 용퇴론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사람들은 환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 이 문제를 두고 분열이 되면서 이것이 오히려 분당 사태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혁신위의 역할이 당의 체질을 바꿔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인데 오히려 당을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성 떨어져

당 안팎에서는 인 위원장의 행보에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혁신위는 당을 어떤 식으로 바꿔 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이지 ‘누구의 정치적 생명’을 두고 흥정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진 용퇴론을 꺼내기 전에 왜 중진 용퇴가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중진을 용퇴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중진은 용퇴하라’고만 하기 때문에 반발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혁신위가 혁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잘라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특정 세력을 국민의힘에 심어주기 위해 혁신위가 나선 것 아니냐는 오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실제로 공천 과정에서 중진이 공천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과연 중진이 공천 결과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중진은 결국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일 뿐이라면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