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용퇴론+전략공천 원천배제, 부작용 낳나
김기현-인요한 긴급 회동, 급한 불 껐지만
중진 용퇴론·전략공천 원천 배제, 현실성 없어
이론과 원론에만 매달린 혁신안, 결국 폐기되나

김기현 당 대표와 면담하는 인요한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br>
김기현 당 대표와 면담하는 인요한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중진 용퇴론과 함께 전략공천 원천배제를 내세웠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진 용퇴론은 자칫하면 국민의힘을 좌초시킬 수도 있으며, 전략공천 원천배제는 인재영입 등을 실패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원칙론으로 살펴볼 때 인요한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들은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적 현실론에서 살펴볼 때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3호 혁신안으로 3선 지역구 연임 금지를 내세웠고, 영남 중진과 친윤 의원들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출마를 내세웠다. 그리고 4호 혁신안으로 전략공천 원천배제를 내세웠다. 인요한 혁신위 입장에서는 11월은 격랑의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진 용퇴론을 두고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보였다. 인요한 혁신위는 영남 중진과 친윤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김기현 대표, 주호영 의원, 장제원 의원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호영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수도권 출마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김 대표 역시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면서 혁신위는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이에 혁신위 조기해산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물론 단 하루 만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조기해산 의향이 없다면서 봉합했지만 당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히 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혁신에 대해 가감 없이 추진하라고 했다면서 대통령의 전언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칫하면 당의 혁신이 윤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혁신안 등이 윤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결국 17일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긴급 회동을 갖고 혁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을 살펴볼 때 일단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다. 하지만 갈등은 결코 봉합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무엇보다 인요한 혁신위가 내세우고 있는 중진 용퇴론이 결코 현실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물갈이를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수도권에 출마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영남 중진이어야 하고, 친윤 의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론적으로는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 방향이 맞지만 현실론적으로 따져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영남 중진들이 모두 불출마 선언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다면 결국 국민의힘은 ‘초선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22대 국회에서 아무리 많은 의원들을 당선시킨다고 해도 더불어민주당에 정국을 끌려 다니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중진들과 초선의 비중을 어느 정도 맞춰가면서 22대 국회를 끌고 갈 동안 국회 경험이 없는 초선 의원들로 채워진 국민의힘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내포해 있다.

손잡은 김기현-인요한 [사진제공=뉴시스]<br>
손잡은 김기현-인요한 [사진제공=뉴시스]

인요한 혁신위는

여기에 영남 중진이나 친윤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다고 해서 과연 수도권 위기론이 얼마나 상쇄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즉, 영남에서만 인지도가 있는 영남 중진이나 친윤 지지층에서만 인지도가 있는 친윤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한다고 해서 국민의힘 바람이 불리 만무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 속에서 친윤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한다고 해서 당선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즉, 결국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쥐(중진 혹은 친윤)이 누가 있겠냐는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내세운 중진 용퇴론은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원론적으로는 현역 물갈이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앞날을 내다봐야 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것을 생각하면 중진 용퇴론이 과연 현명한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4호 혁신안이다. 4호 혁신안에는 전략공천 원천 배제가 포함돼 있다. 대통령실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는 공천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당 지도부는 이철규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총선 예비출마자 입장에서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하게 되면 현역 의원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것이 예비출마자들에게는 난관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직력을 튼튼히 다진 현역의원들과 경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선을 할 경우 패배할 것이 뻔한데 누가 출마를 하려고 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 국민의힘에 기웃거리겠냐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즉,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할 경우 오히려 인재영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전략공천 원천 배제 카드를 내세웠지만 이것이 오히려 인재영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청년 전략지역구는 중진들의 반발로 인해 보수 분열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전략공천 원천 배제의 경우에도 원래 대통령실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것이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은 친윤 정당이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실 관계자가 총선 공천을 준비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다면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인재영입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경악하는 국민의힘 안팎

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하고 인재영입에 성공하고, 대통령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한다고 해도 본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즉, 더불어민주당은 전략공천 등을 통해 거물급 인사를 각 지역구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본선거에 얼마나 이익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상대방은 덩치가 큰 헤비급 챔피언이 출전하는데 라이트급 초급 선수들끼리 싸워서 승리한 선수가 링에 오른다는 것은 사실상 패배하려고 링에 오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략공천 원천 배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요한 혁신위가 현실을 너무 모르고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것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아울러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준석 신당 창당을 막아야 하는 숙제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는 12월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리고 이미 여러 세력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비명계와도 접촉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고민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의힘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준석 신당이 창당되고, 지역구 후보들이 대거 배출된다면 국민의힘은 날벼락을 맞는 것이 된다. 혁신위가 이것을 계산하면서 혁신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막연하게 이준석 신당은 창당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원론적이면서 이론적인 혁신안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졌을 경우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 혁신해야 총선 승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없다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올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는 김기현 대표 체제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면 인요한 혁신위는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혁신의 방향이 단순히 이론적이면서 원칙적인 것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리에 앉는 김기현-인요한 [사진제공=뉴시스]<br>
자리에 앉는 김기현-인요한 [사진제공=뉴시스]

혁신안 좌초로 이어지나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혁신안이 좌초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대표를 만난 인 위원장은 혁신위의 운명을 공천관리위원회에 맡겼다. 즉,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관위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공관위에서 혁신안이 반려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왜냐하면 공관위는 ‘당선 가능성’을 제1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진 용퇴론이나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의 혁신안이 공관위에서 반려될 것으로 예측된다. 워낙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혁신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관위가 혁신안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혁신안을 수용하지도 못하는 국민의힘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

이는 총선 본선거에서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된다. 즉, 개혁에 대한 저항이 강한 집단이라는 생각을 유권자들이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물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유권자들이 투표할 마음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좌초되면서 그에 따라 당 지도부도 흔들리게 되고, 공관위도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당 안팎에서 혁신안을 내놓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를 더욱 고민한 상태에서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책이나 뉴스 등에서 접하는 이론과 실제 정치현장의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혁신위가 공관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혁신안만 던져주고, 크리스마스 이전에 사라지게 된다면 그 몫은 공관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결국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즉 현 지도부는 혁신위의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도부가 되면서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면서 지도부 해체와 함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수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오고 있는 만큼 당 안팎에서는 김기현 대표 체제가 아무리 길어도 1~2주면 해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인요한 혁신위가 현실성 없는 혁신안을 계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7일 긴급회동을 가졌지만 혁신에 대한 속도조절만 이야기했을 뿐 어떠한 합의도 이뤄낸 것이 없다. 따라서 인요한 혁신위는 더욱 현실성 없는 혁신안만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오히려 당 안팎에 계속 걱정만 쌓이게 만들면서 오히려 국민의힘은 더욱 나락으로 빠뜨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요한 혁신위에 필요한 것은 국민의힘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혁신에 동참하게 만드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혁신위가 혁신안을 만들어 당 지도부에 던지는 방식이 아니라 의원총회라도 열어서 의원들의 의사를 들어보고, 원외 당협위원장 등을 만나서 의견을 청취한 후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지 않고 평소 머릿속에 있었던 혁신안을 꺼내 든다면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혁신안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을 당 지도부가 수용할 리 만무하다. 결국 당은 혁신안을 수용하지 못하는 정당이 되고, 그것은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스스로 당의 문제점을 깨닫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게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혁신위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혁신위가 일방적으로 혁신안을 내놓으면 결국 혁신위는 또다시 좌초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혁신위가 걸어왔던 길이다. 즉, 함께 하지 못하는 혁신안은 혁신안이 아니라는 것이고, 현실성 없는 혁신안은 서랍 속에 다시 넣어지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 여야 모두 위기 때마다 혁신위를 꾸리고 혁신안을 마련했지만 결국 좌초됐다. 그 이유는 동참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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