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대표들 모두 험지 출마 압박 받아
두 사람 모두 압박 속에서 침묵으로 일관
당 안팎에서는 험지 출마는 자살행위
선거운동 지원 못하고 함께 죽을 수도

대화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사진제공=뉴시스]<br>
대화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험지출마론에 휩싸였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김 대표는 수도권에, 이 대표는 대구 혹은 고향인 안동에 출마해야 한다는 논리다. 당 대표가 직접 솔선수범을 하게 되면 출마자들이 험지로 출마하게 되면 활기를 불어넣게 되고, 그로 인해 총선 승리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다 같이 죽자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내년 총선의 승패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역 물갈이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역대 선거를 살펴봐도 물갈이를 많이 한 정당이 승리했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38%의 물갈이에 성공하면서 153석을 확보한 반면 통합민주당은 19%에 그치면서 81석을 얻었다. 19대 총선은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했다. 그 내면에는 어떤 정당이 얼마나 물갈이를 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20대 총선은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른바 ‘옥새 들고 나르샤’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21대 총선에서는 물갈이 비율이 낮았던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했다. 이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K방역의 성공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22대 총선은 상황이 다를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러 있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비호감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물갈이 여론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6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거주 중인 지역구의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52.6%의 응답자가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기존 의원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답변은 28.6%였다(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6월 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 대상으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즉, 물갈이 여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갈이가 필수적인데 물갈이를 하자면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과 반윤으로 나뉘어 갈등을 보이는 것 역시 공천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역시 친명과 비명으로 갈려 다투는 것도 공천 때문이다. 공천에 대한 저항이 없이 공천을 잘 마무리하면서 물갈이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당 대표가 나서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김 대표는 수도권에, 이 대표는 대구 또는 안동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이들이 각각 수도권과 대구·안동에 출마한다면 상징성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을 위해서 적진에 뛰어들었고,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적진에 뛰어들어서 승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 계속 도전했고, 결국 그 도전에 감명받은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팬클럽인 노사모를 만들다. 그리고 그것이 대통령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따라서 김 대표 혹은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한다면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험지출마 가능성은

하지만 험지 출마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김 대표 혹은 이 대표 개인의 생각이라면 험지출마를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안팎의 복잡한 사정과 연결되면 험지출마를 쉽게 입에서 꺼내기 힘들다. 우선 측근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당 대표가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그 측근들 역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림자 정치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주류에게 험지출마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당의 실세가 험지로 출마한다고 하면 비주류 역시 그에 대해 화답해야 한다. 실제로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가 안동에 출마한다면 자신도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비주류의 험지 출마 혹은 공천 학살의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적극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와 이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상대 정당의 선거대응 전략을 자당 당 대표의 험지에 국한 시킬 가능성도 매우 높다. 예컨대 김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하거나 이 대표가 안동에 출마한다면 김 대표를 낙마시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 선거운동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대표가 안동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은 안동에 모든 선거운동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즉, 상대의 선거운동을 발목 잡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거꾸로 당 대표의 선거운동을 험지에 국한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당 대표로서 총선을 치르기 때문에 험지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이다. 그러는지 보니 험지에서의 선거운동에만 국한되고, 전국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즉, 당의 선거운동 전략도 험지에 모든 것을 쏟아붓게 되면서 다른 지역 선거운동이 쉽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주류에서는 험지 출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잡한 상황

또한 시기의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김 대표 또는 이 대표 중 누가 먼저 험지 출마를 선언하느냐에 따라 공격의 집중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총선 공천과 관련된 이슈가 없기 때문에 당 대표가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 언론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험지 출마의 약발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고, 4월이 다가오면서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따라서 총선 공천 과정 속에서 험지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해야 약발이 가장 먹혀들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상대방보다 늦게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나은 방법인지 아니면 먼저 출마 선언하는 것이 나은 방법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먼저 출마 선언을 할 경우 공격의 목표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방 보다 늦게 험지 출마를 선언한다면 상대방을 따라 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 시기를 두고도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 험지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물갈이의 상징 때문이라도 당 대표의 험지출마는 막판까지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선당후사를 해야 당도 살고 자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험지 출마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특히 이 대표는 대선 후보까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오히려 험지 출마를 통해 지역 화합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는 호남을 기반으로 해서 세력을 넓혀가는 방안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대구·경북에서 확실한 깃발꽂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TK 출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사법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험지 출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만약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하게 된다면 김 대표 역시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험지출마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그야말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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