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시 국무회의 열어 재의요구권 의결
한 총리 “불법파업 조장·산업현장 혼란 야기”
노동계 비판…한국노총, 경사노위 회의 불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하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등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 9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2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는 정부서울총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연 뒤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개정안이 국민·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 각계각층의 의견을 편견 없이 경청했다”며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거듭 심사숙고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문제점을 꼽았다. 먼저 그는 노란봉투법의 목적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늘리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둬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하는 것은 물론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해 해석을 둘러싸고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한 총리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노동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돼 그동안 조정이나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 오던 사안까지도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다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공동으로 연대해서 져야 한다는 것이 민법상 대원칙이니, 노조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유독 노조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같은 결정이 나오자, 노동계는 즉각 반발에 나서며 투쟁 행보를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판결을 하고 국제노동기구도 수차례 노조법 개정을 권고했지만, 대통령은 양곡법, 간호법에 이어 또 다시 입법권을 무력화했다”며 “이제 겨우 한발 나아갔던 온전한 노동3권과 노조할 권리 보장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을 향해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제부처보다도 더한 입장을 피력했던 이 장관은 누구보다 반성하고 깊은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노총은 변함없는 투쟁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과 탄압에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사회적 대화 재개한 한국노총은 1일 오후에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부대표자 회의에도 불참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항의 표시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재벌대기업의 이익만을 편협하게 대변하고 있음을 스스로 폭로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노동권을 함부로 침해했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라며 “국제사회의 규범이자 법원 판결문에서도 적시하고 있는 원청 책임 인정과 손해배상의 제한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워왔던 노동자들은 좌절하지 않는다”며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현장에서 관철되도록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도 노란봉투법이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는 옳지 않다”며 “국민적 합의와 실제 법안을 개정해야 될 필요성이 높은데 정략적인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함에 따라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노란봉투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재의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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