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날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
‘노란봉투법’에 힘 실렸다는 평가 이어져
노동부 “연대책임 부인과는 명백히 달라”
참여연대 “환영…법 정당성 인정 받은 것”

대법원. [사진제공=뉴시스]
대법원.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법원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와 합치하는 손해배상 청구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노동자 측 손을 들어줬다.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 개인에게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청구할 때, 불법 행위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16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지난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환송했다.

앞서 지난 2010년 11월∼12월 해당 소송의 피고인 조합원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한 뒤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다. 이에 현대차는 공정이 278시간가량 중단돼 피해를 입었다며 파업 참여자들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뤄진 1·2심에서는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조원들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2심은 조합원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전체 배상금을 135억7000만원으로 명시했으나, 법원이 판결하는 배상금이 현대차의 청구액을 넘을 수 없어 총 20억원의 배상금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에 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조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돼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노조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쟁점 조항의 입법 취지와 방향이 유사해 이목이 쏠렸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하다가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으로, 조항에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법원이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노동자마다 개별적인 책임이 가능하다는 판례를 내리면서 노란봉투법이 입법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효력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도 파업 손배책임 개별산정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노란봉투법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노동부는 “현대차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노조법 제3조 제2항 개정안의 연대책임을 부인하는 내용과는 명백히 다르다”며 “해당 판결은 불법행위자들의 책임비율을 제한할 경우 ‘단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들’을 구분해 ‘단체인 노동조합’보다 ‘개별 조합원들’의 책임 비율을 낮게 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 제760조에 따른 부진정연대책임의특별한 예외를 인정해 불법행위자 개별적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노조법 제3조 제2항 개정안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대법원이 노란봉투법의 정당성 인정했다며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의 취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쟁의행위로 인한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지연하는 국회와 거부권 행사 운운하는 대통령을 규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더 이상 노조법 2·3조 개정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역시 명분 없는 거부권 행사 카드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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