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악화로 못 버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급증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사진출처=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역전세, 전세사기 여파, 고물가, 고금리 현상에 정부와 서민 모두 시름이 깊어지는데 은행만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 등 금융공공기관 13곳(주택금융공사·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기술보증기금·수출입은행·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해양진흥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이 채무자 대신 빚을 갚아줘야 하는 대위변제액은 지난 10월까지 10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대위변제액 5조8297억원 대비 74%나 증가한 수치다.

세부 사업별로 살펴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임대보증·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등의 대위변제율이 크게 상승했다.

최근 전세 사기 사건이 전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이 지난 10월까지 3조5742억원으로 전년대비 3.4배 증가했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1.7%에서 지난 10월 4.5%로 상승했고, 임대보증금보증(개인) 대위변제율도 같은 기간 0.1%에서 7.8%로 급증했다.

고물가·고금리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하면서 신용보증기금(신보)이 대신 갚은 금액만 지난해 1조3599억원에서 지난 10월까지 1조7493억원이다. 신보의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2.8%에서 지난 10월 무려 10.1%로 가파르게 올랐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은 같은 기간 5076억원에서 1조3703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주택금융공사(3375억→5026억원), 기술보증기금(4946억→7521억원) 등도 대위변제액이 크게 증가했다.

보증사업을 수행하는 금융공공기관들이 대신 갚아주기 때문에 은행은 손해 없이 이자만 챙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 중 보증부대출은 지난 2013년 44조2000억원 수준에서 지난 9월 263조5000억원으로 6배 증가했다. 이 중 95%인 250조3000억원이 은행권 대출이다. 은행권 보증부대출의 4분의3 이상을 차지하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10월까지 보증기관에 출연한 기금은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고금리의 여파로 올해 10개월 만에 공적 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며 “세금으로 부담하는 와중에 은행들은 위험을 전가하고 이익을 얻고 있으니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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