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유예해왔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국회 합심해 2년 더 미루는 개정안 추진
당장 내년 1월 27일 시행 앞둔 ‘급제동’
노총 “노동자 목숨 담보로 이익 챙기나”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모인 고위당정협의회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모인 고위당정협의회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정부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당장 다음 달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제동이 걸리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5일 정부 발표 등을 종합하면 당정은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협의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등 내년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협의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앞으로도 50인 미만 대상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개정안을 상정·논의하도록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나 전면 도입에 앞서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한해 2년 간 시행을 유예해 왔다.

정부는 내년 1월 27일부터 업종과 무관하게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2년 더 미루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듭된 유예에 대해 당정은 80만여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대상 기업들이 충분히 준비토록 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당은 내년부터 법이 전면 적용될 경우 영세기업들의 폐업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호소를 들었다며 유예 의지를 공고히 했다. 야당 또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과 2년 유예기간 후 반드시 시행할 것을 전제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쥐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날 국회 앞 두 노총…“개악 중단하라”

양대노총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단순히 사람 수로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라며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유예해 왔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재차 법 적용을 연기하면 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했던 기업만 바보로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장으로 하여금) 유예 연장으로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법을 통째로 무력화시키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당정은 ‘50인 미만 기업 지원대책’을 이달 내 발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도 적극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이러한 지원대책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과 상관없이 진행하면 될 일이다. 법 개정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유예는 정부와 사용자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할 안전 비용을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챙기겠다는 악랄한 시도”라며 “내년 1월 27일 법이 온전히 시행될 때까지 끈질기게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또한 같은날 오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50인 미만 기업에서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데 법 공포 후 3년 적용유예에 2년 연장을 추가하면 5년 동안 법이 실종된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윤택근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회는 더 이상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생존권과 건강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부와 국회가 ‘시행 유예’에 힘을 실으면서 고(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만들어진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은 오는 2026년으로 미뤄질 형국에 놓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