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부실시공, 벌떼입찰, 중대재해 등 논의 전망
건설업계에선 “실효성 없는 요식행위” 지적도 제기돼

지난 8월 지하주차장 붕괴로 공사가 중단된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사고 현장이 검은색 천막으로 덮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8월 지하주차장 붕괴로 공사가 중단된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사고 현장이 검은색 천막으로 덮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회 국정감사에 대형건설사 경영진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전망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부실시공에 따른 붕괴사고,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망사고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감에서도 GS건설 임병용 부회장, DL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 등 주요 건설사 경영진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될 전망이다. GS건설은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현장의 시공사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건설현장 사고로 8명이 사망해 주요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GS건설 임 부회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결정됐다. 국토위는 다음달 10일부터 27일까지 총 8회 국감을 진행하기로 일정을 확정했으며 총 11명의 일반증인 명단에 임 부회장을 포함시켰다.

GS건설은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공사협장의 시공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해당 사고를 조사한 결과, ▲전단보강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미흡 ▲품질관리 미비 등 부실시공이 붕괴 원인으로 드러났다.

국토위는 임 부회장 외에 일반증인으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용역 과정 및 대안노선 검토과정을 질의하고자 동해종합기술공사 이상화 부사장 등 10명의 출석을 요청했다. 추가로 출석을 요구할 필요가 있는 증인은 교섭단체 간에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공공택지 입찰과정에서의 ‘벌떼입찰’ 논란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감장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서 호반건설 박철희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의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부당지원과 부당내부거래, 그리고 ‘벌떼입찰’ 등을 지적하며 호반건설과 그 계열사 등 9개사를 대상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벌떼입찰’과 관련해서는 증흥건설, 우미건설 등도 국감 소환대상 물망에 올라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DL이앤씨 마창민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중대해재처벌법이 시행된 뒤 DL이앤씨가 시공하는 공사현장에서는 중대재해 7건이 발생해 8명이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8월 11일 부산시 연제구에 위치한 DL이앤씨 사업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29일 본사와 현장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노동부는 DL이앤씨의 전국 79개 시공현장에 대한 감독을 실시해 총 20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DL이앤씨 사용자를 국감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L이앤씨는 별도로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해 안전관리 업무를 맡겼으나 마 대표를 향한 책임추궁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국감에 경영진이 소환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국감 증인 채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증인 채택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증인으로 채택되면 국감에 참석해 성실히 답변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매년 국회 국감장에 건설사 경영진들이 증인으로 소환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호반그룹, SM그룹 등의 경영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경영진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요식행위”라고 꼬집으면서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근본적인 원인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경영진들에게 호통만 친다고 문제가 고쳐지겠나. 정말 잘못을 고치고 싶은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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