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역규졔 폐지됐다지만 불법하도급 여전해
전문건설 수주 불균형 심각·공동도급도 흔들
“역량있는 건설사 남도록 시장원리 적용돼야”

[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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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설·전문건설 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은 노사정이 합의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핵심사안 중 하나다. 실제 시공능력을 갖춘 건설사가 상호시장에 진출해 업역 간의 갈등과 비효율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로드맵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종합과 전문간 자유로운 상호시장 진출이 전면적으로 보장된다. 

2018년 노사정 합의의 주체들은 종합과 전문건설업 간 업역 규제가 폐지되면 생산성 향상, 공정경쟁 촉진, 상생협력 활성화 등 건설산업 선진화에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합의 5년이 지난 현재, 합의 당시 내걸었던 목표들은 여전히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5월에는 불공정 경쟁만 가중되고 직접시공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들어 다시 종합과 전문 간 사업영역을 구분하자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는 업역 규제 폐지로 인한 상호시장 진출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중간점검은 불가피한 형국이다.

새로운 변화는 기존방식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정만 추구해서는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건설산업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국민들의 주문에 부응해야 한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당사자 모두에게 두 발은 굳건하게 땅에 내딛고 시야는 멀리 바라보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부실시공이 잇따라 드러나며 국민들의 건설업에 대한 신뢰가 어느 때보다 낮은 상황이다. 건설산업을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일신해야 한다는 데에는 업계 관계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각론에 있어서는 진통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K-건설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성장통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불씨가 될지 건설업계 내부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결론은 이미 나왔다. 2018년 7월 건설산업 혁신 노사정 선언은 생산성 향상, 공정경쟁 촉진, 상생협력 활성화 등 혁신방안의 취지에 따라 업역·업종·등록기준 등 건설산업 생산구조 관련 규제의 합리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공공공사의 시공품질 제고와 건설 근로자, 건설기계 대여사업자 등 건설산업 종사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공공사의 공사비가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되고 투명하게 지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합의했다. 

관건은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합의가 이뤄진지 5년이 지났는데 건설현장은 여전히 불법 하도급이 존재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지난해 하반기 종합-전문건설업 간 상대시장 진출 건설공사에 대한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새로운 유형의 불법 하도급 173건을 적발했다.

실태점검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상대시장에 진출한 건설사업자는 도급금액의 20% 내에서만 하도급을 할 수 있는데 종합건설사 110곳, 전문건설사 10곳은 이를 위반해 하도급을 했다. 또, 도급금액 10억원 미만의 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사는 전문건설사에게만 하도급을 할 수 있는데 건설사 53곳은 이를 위반해 종합건설사에 하도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부가 지난 5월부터 추진한 불법하도급 100일 집중단속에서는 단 30일 만에 139개 건설현장 중 57개 현장에서 93건의 불법하도급이 적발됐다. 불법하도급으로 적발된 건설사 중 60개사는 종합건설사였으며 20개사는 전문건설사였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안에 드는 건설사 중에서도 12개사가 불법하도급으로 적발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단속의지가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이와 함께 건설산업 전반을 짚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건설업의 각 이해당사자들을 조율하는 작업도 동반돼야 한다. 

“등록기준 개선·주계약자 공동도급제 유지해야”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종합건설사는 기본적으로 종합적인 시공관리에 무게를 두기에 단기간에 직접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종합건설사의 불법하도급 비율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건설업계는 노사정 합의로 이룬 업역규제 폐지에 대해 가장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건설현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생협력이 필수인만큼 합의 이행만 독촉할 상황은 아니다.

전문건설사들은 상호시장 개방 이후 종합건설사의 전문건설 수주와 전문건설사의 종합건설 수주 격차가 약 4배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큰 격차가 벌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상호 등록기준의 문제를 꼽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영현 건설정책본부장은  “전문건설사가 종합 등록기준을 충족하려면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을 몰랐다”라며 “전문은 요구하는 공종이 14개인데다 기술자와 자본금 확충 조건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수주 가능성이 높다면 등록기준이 높아도 노력하겠지만 수주가능성도 희박하니 응찰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3개 이상 공종 면허를 보유한 전문건설사가 전체 건설사 중 9%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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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전문건설사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 수주에 나설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21년 상호시장이 열린 뒤 3년간 종합공사 수주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는 컨소시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할 수 있다”라며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없어지며 해당공종의 회사들이 종합으로 업종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전문공사 수주실적도 있기에 수주에 더 유리하다. 오히려 내년부터 전문건설사들이 더 힘들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김 본부장은 “등록기준 충족보다는 면허 요건과 시공 실적이 있으면 응찰할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 한다”라며 “종합건설사는 건축면허와 토목면허만 있으면 자격을 인정하는데 합리적인 경쟁을 하려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어 “소규모 공사는 전문건설사를 위한 보호구간이 있는데 올해로 만료된다. 영세전문건설업 보호와 품질 안전성 보증을 위해서라도 보호구간은 일정기간 연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건설업계는 상호시장이 개방되며 변화를 맞이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제도는 공공공사에서 종합건설업체가 주계약자로, 전문건설업체는 부계약자로 공동도급하는 길을 제공해 왔으나 입찰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변경되는 변화를 맞고 있다.

김 본부장은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하면 부계약자인 전문건설사도 계약자로 참여하게 된다. 보통 하도급으로 들어가면 20% 가량은 절감해 원도급과 계약해야 하는데 공동도급은 부계약자로서 발주자와 직접 계약한 금액 100%로 공사할 수 있다”라며 “입찰자 선택으로 바꾸면 종합건설사가 전문건설사를 부계약자로 하면서까지 마진 이익을 포기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마치 상호시장 개방으로 존치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잘못 호도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전문건설사가 하도급을 받아보면 안전관리비 지급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원도급자의 재량범위에 속하다보니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안전이 확보되려면 그에 따른 장비나 비용이 함께 확보되고 총분한 집행관리가 돼야 하는데 관련제도는 원도급까지만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품질 및 안전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설현장의 구조부터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호시장 개방, 다단계하도급 줄여” 

한편, 종합건설업계는 상호시장 개방 이후 전문건설사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점차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건설관련단체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검증하고 있으나 이를 토대로 시장상황이 명확히 드러나면 보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결국 내년부터는 상호시장 수주실적이 있는 업체들, 들어갈만한 자격이 있는 업체들이 들어가면서 진출 범위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라며 “자격과 역량이 있는 업체들 중심으로 가게될테니 시장원리에 맞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어 “수십년간 쌓아온 체제가 2년여 만에 바뀌겠나. 아직은 성패를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2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의 성과가 나쁘지 않다는 관점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상대시장에 진출하면 직접시공이 원칙이다. 다단계하도급이 줄어드는 셈이고 정책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토부 계획대로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이 도입된다면 그 역시 다단계 하도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에 대해선 “상호시장이 개방되면서 전문건설업체도 단독으로 종합공사를 맡을 수 있다. 현재의 개편된 시스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은 종합과 전문간 경계가 사라지는 건설업종 단일화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전문간 업역규제는 40여년 동안 공정경쟁 저하, 기업성장 저해 등으로 지탄받아 왔다. 이 규제가 지속되는 동안 존속했던 부실업체들은 도태돼야 건설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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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하청 당연하다는 고정관념 바뀌어야”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 5월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종합과 전문 각 공사업에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가 해당 영역을 담당하고 영세업체 보호를 위한 보호구간 위임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업역규제 폐지 이후 양 업계간 수주 불균형이 극심하니 업역규제를 일정부문 되살리자는 뜻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개정안에 대해 “시대적 흐름을 간과하고 특정 업종의 이해만 대변하는 듯하다”고 꼬집으며 개정안 발의 철회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지난 6월 성명에서 “직접시공 확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업역규제 폐지에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가 소비됐다”라며 “(해당 개정안은)다단계 하도급을 조장하는 시대로의 퇴행이자 2018년 노사정 대타협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실련 신영철 국책사업단장은 “종합이냐 전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하면 공사를 잘하는 업체가 직접 고용해서 직접 시공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문도 원청이 되도록 하고 다만 실력이 없는 회사는 도태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2년간 유예기간이 있었는데도 수주를 하지 못한 것을 다른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다만, 전문건설사가 종합공사를 수주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수긍했다. 신 단장은 “전문건설사가 수주를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적격심사제 때문”이라며 “적격심사를 통과하려면 페이퍼를 잘 작성해야 하는데 좀체 전문건설사들이 통과를 못한다. 또, 입찰경쟁률이 높다보니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되는데 여기도 전문건설사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사항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했다.

신 단장은 “국민들은 대형건설사가 아파트를 직접 짓는다고 인식하지만 실제는 하청업체가 시공한다. 막상 현장에는 대형건설사 직원은 몇 없고 하청업체 직원들이 일을 다한다”라며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업역규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청이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건설업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변했다.

신 단장은 “하도급의 가장 큰 문제는 거쳐가는 단계에서 공사비를 낮춰 저렴하게 지으려 하기 때문”이라며 “빠듯한 공사비로 최대한 저렴하게 지으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품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안전과 품질이 중요하지 않은 산업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게 된다. 산업 전반이 망가지는 것”이라며 “건설업이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직접시공이 보편화되는 길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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