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지만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며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다.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소속 시장 잘못으로 치러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 후보자를 낸 점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위성정당 허용 결정한 것에 대해 “부끄럽다”, “크나큰 실수”라고 사과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공자의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에 빗대면서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당제 실현 △개헌을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R&D 지원 △규제 혁파 △미래기술산업 집중 육성 △‘중부담-중복지’ 발전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일본·러시아와 우호관계 정착 △남북관계 안정적 유지 등의 비전을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가칭)을 추진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고 협력해야 한다”며 “원래 대중정당에는 일정한 스펙트럼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전날 먼저 탈당을 선언한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에 대해서는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협력하고 어느 지점에서 함께할 것인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민주당 의원 129명이 성명을 내고 “이 전 대표는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였다.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이낙연을 키운 민주당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탈당을 만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라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의 변화를 위해서 썼더라면”이라고 아쉬움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