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MMO·콘솔 등 ‘라인업 다변화’ 시동
IP서 해답 찾아야…새 BM 개발도 숙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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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긴 시간 실적 부진의 터널을 지나며 반등의 발판을 모색 중인 가운데, 시장의 트렌드가 급속도로 변화하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기업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결국 본업인 ‘게임’이다. 

올해는 모바일·MMORPG 일변도를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 등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다양화된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제작에서의 경쟁력을 완비하는 것이 국내 게임업계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보편성을 지닌 신규 IP 창출 역량을 증명해야 하며, ‘확률형 아이템의 강’을 건너는 숙제도 남아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할 비즈니스 모델(BM) 개발이 시급해진 시점이다.

■ 대폭 넓어진 전장

한때 메타버스 등 다양한 키워드가 떠오르며 게임 기업들도 이에 뛰어들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본업인 게임에서의 경쟁력에 집중하는 것이 공통적인 기조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특히 넥슨의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의 첫 작품인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 ‘P의 거짓’이 지난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만큼, 글로벌·콘솔 시장에서의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소위 ‘리니지 라이크’ 간의 각축전이었지만, 국내 시장의 레드오션화가 빠르게 진행된데다 여전히 대륙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고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과 콘솔 게임 시장 개척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 포함 6관왕을 석권했다. [사진 제공=네오위즈]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과 콘솔 게임 시장 개척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 포함 6관왕을 석권했다. [사진 제공=네오위즈]

주요 게임사들의 올해 주요 신작 라인업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한 모습이 눈에 띈다. 대다수 타이틀이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장르 측면에서도 RPG뿐만 아니라 루트슈터, 대전액션, 전략 시뮬레이션 등 한층 풍성함을 더한 모습이다.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 ‘퍼스트 버서커: 카잔’, ‘낙원’,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 등 다수의 신작을 준비 중이며, 엔씨소프트도 ‘배틀크러쉬’, ‘BSS’, ‘프로젝트G’ ‘LLL’ 등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넷마블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비롯해 ‘아스달 연대기’,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RF 온라인 넥스트’, ‘데미스 리본’ 등의 연내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크래프톤도 지난해 11월 ‘지스타 2023’에서 선보인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도 최초 개발 소식 공개 때부터 트리플A급 콘솔 게임으로 준비 중이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아직 정확한 출시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혀온 만큼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새 바람 필요한 K-게임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마냥 무주공산은 아니다. 아시아권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정서와 게임 이용패턴을 공유하기에 국산 게임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개척지인 서구권은 상황이 다르다. 주력 장르나 플랫폼도 다르고, 무엇보다 글로벌 유명 개발사들과의 경쟁도 직면하게 된다. ‘콘솔 중심’이라는 시장의 특성상 이들과의 경쟁은 BM보다는 게임성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기에, 자연스레 트리플A급 게임 개발을 목표로 삼게 되는 것이다. 

BM 측면에서도 풍파가 밀어닥치고 있다. 국산 게임의 주력 수익모델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의 유해성이 조명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산업의 외형을 대폭 키운 주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이머들에게는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정기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3일 넥슨코리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 김정기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3일 넥슨코리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실제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에서 일어난 확률 조작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해당 모델에 대한 이용자들의 비토가 다시금 커지는 모습이다. 오는 3월부터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관측된다. 이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도박법을 적용해 금지하고 있었으며, 최근 국내외 게임 기업들의 주가 폭락을 유발한 중국 정부의 규제 역시 BM 부분에 치중돼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지난달 발표한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의견 초안)’의 주 내용으로 ▲접속보상 및 최초·연속 결제 보상 금지 ▲투기·경매 등 과소비 유도 행위 금지 ▲충전 한도 설정 의무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이 거론됐다.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세계적으로 사행성 조장 등 유해성 측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도 새로운 BM 발굴에 힘써야 하는 시점”이라며 “콘솔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정도의 프로젝트에 매진해 글로벌 보편성을 갖춘 IP를 창출, 세계적인 게임사들과 순수하게 게임으로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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