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 확정
“학생 및 학부모 교육 선택권 보장 목적”
의대 열풍·내신 완화로 경쟁 심화 전망돼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2025학년도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던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인 외국어고·국제고가 그대로 유지된다.

이를 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고교 선택권을 보장하는 취지라며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비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7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의 자사고 33곳(전국단위 선발 10곳), 외고 30곳, 국제고 8곳, 자공고 31곳은 존치가 결정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특모고가 취지와 다르게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당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는데, 이를 현 정부에서 백지화한 셈이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자사고·외고·국제고 및 자율형 공립고를 설립·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유지해 해당 학교에 대한 폐지를 추진한 지난 정부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봤다. 더불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정에 발맞춰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법령의 취지와 설립의 목적을 살려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성과평가 실시 근거를 복원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선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정비했다.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의 설립·운영 근거가 유지됨에 따라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을 혁신하고, 지역의 상황과 특성 및 요구에 맞는 창의적인 교육 모델을 수립·운영할 수 있도록 오는 3월부터 자율형 공립고 2.0 시범학교를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교육부는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과열을 예방하기 위해 사교육 억제에 효과가 있는 후기 학생선발 방식과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지속해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자사고·특목고가 사회통합전형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지역인재를 20% 이상 선발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학생선발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한 학원 간판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한 학원 간판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여러 우려 잇따라…순항할 수 있을까

반면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외고 등으로 쏠려 ‘고교 서열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8 대입제도 개편’에 따라 올해 3월부터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 내신 평가 체제가 기존 상대평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된다. 이에 따라 상위 4%만 취했던 1등급을 앞으로는 상위 10%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사회·과학 융합선택 등 일부 과목은 절대평가가 적용돼 보다 내신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교육부는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자신들의 말을 뒤집어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특권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며 “말로는 사회 통합전형과 지역인재 20% 이상 선발을 흉내 내었으나 이는 실효성 없는 공언일 뿐이며 학교 서열화만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시업계에서도 자사고 등의 경쟁률이 현재보다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도 판단했다. 올해 입시에서도 중학교 3학년 학생 수가 전년 대비 2만5213명 줄은 반면,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 수는 951명 늘어 평균 경쟁률이 1.37대 1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년(1.32대 1) 과 비교해 소폭 상승한 수치다.

종로학원은 “2027학년도까지 현행 통합수능 체제에서 주요대 정시 선발 비중 40% 이상으로 수능 경쟁력 있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선호도는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또 2028학년도 이후부터 적용되는 대입에서도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부담이 완화되고, 수능이 9등급 상대평가 유지로 수능 비중 높아짐에 따라 해당 고교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쏠림 현상이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5000원으로 파악됐지만, 자사고 희망 학생은 69만6000원, 외고·국제고 희망 학생은 64만2000원으로 일반고 진학 희망 학생보다 약 20만원 이상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내 413개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이 일반고 희망 학생 대비 과학고는 5.9배에 달했으며, 영재학교 3.4배, 외고·국제고 2.7배, 자사고 2.1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 말하지만, 실상 그 선택권을 누리는 것은 고액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 불과하다”며 “자사고, 외고·국제고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에 비해 2배 이상의 고액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초·중등교육법 개정령안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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