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총회 거쳐 당론 결의
유족 “입법권 무시하길 건의한다니”
11인 삭발식 거행…“뭘 더 해야겠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여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여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가운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삭발을 감행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 의원총회 후 브리핑 자리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이태원 특별법은 모든 절차를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면서 여야가 합의 처리해 온 관행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대책회의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을 거부한 데 이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입법권을 무시하라고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에 건의한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특별법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더해 여야 협상 과정에서 조율된 내용이 상당수 반영된 수정안이었다”며 “진상규명이 그렇게 두렵냐”고 비판했다.

유가족 중 선두로 삭발에 나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유가족 중 선두로 삭발에 나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은 삭발식을 가졌다. 삭발이 거행되기 전 희생자 고(故) 이남훈님의 어머니 박영수씨는 “어디다가 거부권을 행사하냐”며 “유가족은 뭘 더 해야 하냐. 몸에 불이라도 붙일까요”라고 절규하기도 했다.

고(故) 유연주님의 아버지 유형우씨는 “참사 이후 447일 동안 유가족은 대통령에게 손도 내밀었고 국회의원에게는 꽃다발을 내밀었다”고 언급했다.

유씨는 “(특별법 통과를 통한 진상규명이) 어떻게 야당과 여당의 정치 논리로 해석이 돼야 하는 거냐”면서 “국회의원 여러분도 자식이 있지 않나. 부모된 마음으로 헤아려달라”고 촉구했다.

삭발을 위해 가장 먼저 흰 가운을 두른 유가협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마지막 남은 인내를 대통령에게 기대해 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희생자의 부모와 외삼촌 등 총 11인의 유가족이 삭발했다.

유가협과 대책회의는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의 법안 공포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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