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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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도심지역의 재건축,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은 이미 주거지로서 기반을 갖추고 있기에 매력적인 주택사업지로 꼽힌다. 부동산시장이 깊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일부 정비사업지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여전하다.

부산 촉진2-1구역은 부산시의 대표적 도심인 서면에 인접한 위치로 부전역, 부산시민공원과 가깝다. 해당지역 재개발은 지하5층~지상69층 규모(5개동)의 아파트 1902세대와 오피스텔 99세대, 그리고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내용이다. 당초 GS건설이 시공을 맡았으나 공사비 인상 문제로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은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 예정이다.

촉진2-1구역 수주를 노리는 대형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다. 양사는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우며 이번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조3000억원을 웃도는 사업비 규모, 그리고 부산 핵심 도심지의 정비사업을 놓칠 수 없다는 심산이다.

삼성물산은 단지명으로 ‘래미안 에스팰리스 부산’을 제안하며 글로벌 건축설계사 모포시스 등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해 차별화된 랜드마크 외관 설계를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미래형 주거모델 ‘래미안 넥스트홈’의 주요 기술 적용도 약속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단지명으로 이탈리아산 주방가구, 독일산 수전, 세라젬 안마의자, 조합원 세대에는 독일산 VEKA 창호 적용 등 마감재 선정에 차별성을 뒀다. ‘부산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의 명성을 이을 랜드마크 단지를 포부로 밝히고 있다.

양사의 제안을 보면 정비사업을 통해 조성될 주상복합단지는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관건은 공사비다. 사업성이 달린 문제이니 조합과 수주전에 나선 양사 모두 예민한 사안이다. 앞서 GS건설은 3.3㎡당 987만2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공사기간 63개월을 제안해 경쟁사보다 2개월 단축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공기 2개월 단축으로 조합원 1인당 1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경쟁사보다 낮은 공사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사비로 삼성물산은 3.3㎡당 969만원(1조3559억원)을 제시했는데 포스코이앤씨는 3.3㎡당 891만원(1조3274억원)을 내놓았다.

두 조건 모두 파격적인만큼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비사업은 사업기간이 길어 언제든 사업여건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부산 촉진2-1구역은 조합의 예상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오는 2026년에야 착공에 들어간다.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잦은 이유는 세부사항을 두고 꼼꼼한 계산을 통해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대부분 공사비 총액만으로 협의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 정비사업 표준계약서를 배포하는 등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공사 도중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를 두고 간극이 벌어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처럼 사업이 표류하면 오히려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적정 수준의 공사비와 합리적인 공사기간이야말로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는 보증수표라는 점이다. 낮은 공사비, 촉박한 공사기간 등은 실제 현장에서 공사하는 하도급업체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물산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 공사에서 중요한 역량은 공사관리다. 관리를 잘못하면 로스가 발생한다”라며 “세계 1‧2위 초고층 빌딩을 완성시킨 자사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고려해 6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당사는 국내 초고층 최다 실적을 가진 회사로 정확한 견적을 통해 공사비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그런데 매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공사 중인 아파트가 붕괴되는 후진국형 사고도 일어난다. 대형건설사들이 자랑하는 브랜드 아파트들마저 입주민들의 갖가지 하자 민원이 빗발친다.

언젠가 안전을 묻는 기자의 질문이 모든 건설현장에서 너무나 당연히 지켜지는 사안이기에 우문이 되길 바라 본다. 명품 아파트 수주전이 조합원 회유에 눈 멀어 경쟁사를 향한 갖가지 비방전으로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명품에 걸맞은 품질경쟁이 주가 되는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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