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입법토론회

혐의 외 사적 통화 내용 보도와 관련
“피의자에 대한 ‘위축 효과’ 노린 것”
“수사기관발(發) 언론보도 차단 필”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입법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중앙에는 좌장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유식 사법센터 소장. ⓒ투데이신문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입법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중앙에는 좌장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유식 사법센터 소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고(故) 이선균 배우가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가운데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의 인격을 보호하는 피의사실공표죄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입법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김승원·민병덕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 공동으로 개최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24일 이씨와 관련 여성 간 통화 내용이 그대로 보도된 것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삭제 요청이 있었다. 당시 예술계는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냐”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정학 교수는 피의사실공표는 우리나라 수사기관에 의해 오랜 시간 악용돼왔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일종의 ‘수사권 남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관행은 무엇보다 피의자에 대한 ‘위축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의사실이 언론이나 유튜브 등에 무차별적으로 보도될 때 피의자는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없다”며 “인격적 공격을 받은 피의자는 더 이상의 문제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정학 교수가 발제에 나서고 있다. ⓒ투데이신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정학 교수가 발제에 나서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민변 백민 변호사는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됐으나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피의사실공포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변호사는 “지난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인해 수사기관과 언론의 관행에 대한 큰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이후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개정법률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의사실을 비롯한 수사상황과 그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증거자료 일체까지 공표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변호사는 “최근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혐의사실만이 아니라 수사상황(수사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조사, 체포·구속·석방 등)과 수사과정에서 입수한 증거자료를 알리면서 사실상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과 같은 연출을 하고 있다”면서 “개정을 통해 수사기관발 언론보도를 원칙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대한 민사적 징벌배상제도 도입을 거론했다. 그는 “피의사실공표는 수사기관의 실적홍보와 언론기관의 선정적 보도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언론사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류신환 변호사는 “공인 등 유명인에 관한 피의사실 공표는 ‘알 권리’ 등 공익성 이론에 의한 악용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류 변호사는 “공개 가능 정보와 공개 금지 정보를 명확히 구분해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며 “수사기관 내 정보공개 감독 절차를 준수하게 하고 정보 내용은 재량을 부여하되 절차 미준수 시 처벌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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