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묶어낼 ‘강한 리더십’ 없어
뿌리 같은 민주당 탈당파도 갈라져
이견 조율 실패인가 주도권 다툼인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 창당을 선언한 김종민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티타임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 창당을 선언한 김종민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티타임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세력 통합 논의가 지난한 험로를 겪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들의 공동 창당 출발부터 불협화음을 보이면서 설 연휴 이전에 국민의힘 출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의 빅텐트에 대한 손에 잡힐만한 결과를 내놓긴 어려워 보인다. 빅텐트를 염두에 둔 만남과 대화는 무성해도 복잡한 각자의 셈법을 정리할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은 탓에 제3지대를 묶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현역 의원 3명이 주축인 미래대연합은 전날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공동창당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미래대연합 소속 이원욱·조응천 의원이 불참 선언을 했다. 뿌리가 같은 민주당 탈당파들의 ‘중텐트’가 갈라지게 된 것이다.

양측은 공동 창당이 ‘반쪽짜리’로 전락한 것에 대한 책임을 두고 장외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무소속 이원욱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무소속 이원욱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먼저 공동창당대회에 불참한 이원욱 의원은 비전과 가치, 당명과 당헌, 빅텐트 구성 등의 내부 이견 조율에 실패함을 노출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빅텐트를 친다고 하더라도 5대 강령을 만들어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같이 하자는 식의 모습들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정치 공학적인 접근만 했던 것이 아니냐에 대한 논의들을 계속 끊임없이 해왔다”며 “조 의원과 저는 굉장히 커다란 갈등의 지점이었고, 비전과 가치 없이 새로운미래당에 합류하는 형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하는 고민이 최우선적 고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미래 합류 가능성에 “그럴거였으면 (전날)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과 ‘대통합 빅텐트’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과 조 의원은 전날 공동창당 행사 직전 불참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흡수통합은 원칙에 맞지 않는 통합”이라며 “정당의 헌법인 강령과 당헌은 반드시 합의돼야 할 사항이지만 일방적 의결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치와 비전 중심의 통합을 주장해온 저희가 ‘묻지마 통합’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민주당을 떠난 청년들이 앞으로 더 크게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통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보면 공동창당 행사에 불참한 의원들은 수평적 통합이 아닌 미래대연합이 새로운미래로 흡수 통합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강령과 당헌이 합의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이낙연 전 대표 세력과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가 이 전 대표와의 갈등설에 불을 붙였다.

김 공동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는 이 전 대표와 함께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인지도가 높고 실체가 있는 분이니까 아무리 지도부에 안 들어오고, 또 인재위원장만 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크지 않을까 이런 우려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공동대표는 창당에 합류하지 않은 두 의원에 대한 ‘밀당’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아 보였다. 김 공동대표는 “같이 힘을 합치는 방법, 또는 대통합을 위해서 좀 기여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보려 한다”며 “합쳐야 한다는 여론과 민심이 분명하면 그 방향으로 가게 돼 있고 저는 오는 20일 정도까지는 다 결정이 난다고 본다. 그 민심대로 가게 된다면 ‘대통합의 길’로 갈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과 허은아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강정책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투데이신문
개혁신당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과 허은아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강정책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투데이신문

이와 관련해 제3지대 중텐트 한 축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당 간의 경쟁 또는 일정 사안에 대한 협력이라는 것이 건설적으로 이루어져야 되는데 최근에 양당 지지자들 간에 다소 감정적인 움직임들이 보이는 것 같다”며 “제3지대라고 하는 것이 이해타산적인 어떤 논쟁보다는 무엇이 현재 기성 정당과 다른가를 보여주는 그런 경쟁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3지대 빅텐트 논의 주체는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까지 4자 구도로 재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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