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김진호 전 과장 징역 1년·집유 3년
“정보 임의 파기로 증거 인멸 결과 초래”
유가족 “유족 아픔 달래고 정의 세워야”

(왼쪽부터) 서울경찰청 박성민 전 정보부장과 용산경찰서 김진호 전 정보과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왼쪽부터) 서울경찰청 박성민 전 정보부장과 용산경찰서 김진호 전 정보과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지난해 핼러윈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다는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경찰청 박성민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이태원 참사 책임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공직자 중 실형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남았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동일한 혐의를 받는 용산경찰서(용산서) 김진호 전 과장의 경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김 전 과장의 지시에 따라 문건을 삭제한 용산서 곽영석 전 정보관은 선고 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게 각각 징역 3년, 곽 정보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해 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으며, 곽 정보관은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용산서 정보관이 참사 발생 이전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비롯해 특별 첩보요구 보고서 등 4건을 삭제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박 전 부장은 부서 내 경찰관들로 하여금 핼러윈 대비 자료 삭제를 지시해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1개를 삭제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추가 기소됐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설날인 지난 10일 서울 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떡국 나눔 행사에 앞서 영정을 바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설날인 지난 10일 서울 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떡국 나눔 행사에 앞서 영정을 바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재판부는 “공공안녕 질서 유지가 본연 임무인 경찰에 대한 수사 감찰이 개시됐을 때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를 보존하거나 제출하는 등 성실히 협조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사고 이전에 정보 보고서 파일을 삭제 지시 또는 이행하거나, 전자정보를 임의 파기함과 동시에 형사사건 징계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전 부장에 대해 “공공안녕 여론 대응을 위한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참사 다음날부터 지방자치단체 책임으로 유도하고, 피해를 회피하며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며 “오랜 기간 경찰로 근무하면서 보안유지 명목하에 내부 보고서를 은폐하며 경찰의 투명한 정보 수집을 방해한 바, 가장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참사 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은 결과는 아니라면서도 공직자의 형사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유가협은 “경찰은 참사 직전 인파밀집을 예상했으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며, 참사 이후에는 참사의 책임 소재가 경찰 내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고 축소하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용산구청 박희영 청장, 용산서 이임재 전 서장 등 다른 고위공무원이나 서울경찰청 김광호 청장에 대한 형사재판도 곧 시작된다”며 “사법부가 이들에 대해 엄중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유족의 아픔을 달래고 무너진 정의를 세워야 하며, 국회 또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재의결하고 정부는 겸허한 태도로 참사 진상 규명에 협조하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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