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에서 환경공학으로 방향 튼 스물여섯 청년 한지은
사회복지사 시절 이름 재차 묻는 어르신, 이유는 “고마워서“
“혐오 문제 안은 우리 사회 고민”…서로에 대한 공감을 가졌으면

‘이달의 청년’ 한지은
‘이달의 청년’ 한지은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불확실한 미래에도 꿈만은 확실한 이 시대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연재 코너에서 두 번째로 얘기를 나눈 청년은 한지은이다.

사회복지사에서 환경공학을 배우기 위해 다시 대학으로 향한 그는 언뜻 보면 이질적인 두 분야가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예컨대 기후가 급변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쪽은 소외계층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회나 환경이나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기에, 크게 차이는 없다고.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야기엔 언제나 인간, 그리고 그 인간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인간과 사회환경 둘 다 사랑하여 사회복지학과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지은이라고 한다. 원래 가족복지학을 전공하고 3년 차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다가 현재 환경공학 전공으로 다시 학사 과정을 밟고 있다.

사회복지와 환경공학은 서로 동떨어진 분야 같은데

인간의 삶과 환경은 분리할 수 없는 요소라 생각한다. 기후 위기 등 환경의 변화로 어려움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쪽은 소외 계층이 아닐까 싶었다. 중요한 건 두 학문 모두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학업을 위해 퇴사를 앞둔 시기였는데, 한 어르신 댁에 방문했을 때 내 이름을 재차 묻더라. 그 이유가 “고마워서”라고 하더라. 어르신은 나를 위해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 그때 큰 울림을 받았다. 내가 잘살고 있구나 앞으로도 잘살자고 말이다. 

그분은 왜 지은씨에게 고맙다고 했나

내가 일하던 곳은 근무 환경 특성상 실무자가 개인이 담당하는 복지 서비스 대상자가 많아서 한 분씩 직접 연락을 드리거나, 가정 방문하는 일이 자주 이뤄지진 못했다. 복지 서비스를 받는 이들은 모두 획일적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욕구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 부분을 충족시키고 싶어 할 수 있는 선에서 직접 만나 뵈려고 노력했다. 아마 그런 부분을 알아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이달의 청년’ 한지은<br>
‘이달의 청년’ 한지은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인류애’ 혹은  ‘인권’이다.  조금 여유가 생겨서 흥미로운 책들을 보면 바로바로 읽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 이 책도 인간 대 인간의 사랑과 관련된 책이다.  그 외에 환경이나 복지, 의료, 장애인, 노인, 인권 등 사회 이슈에 관심이 있다.

개인적인 고민거리가 있나

졸업을 앞둔 학부생의 주된 고민은 아무래도 취업이다. 사회복지사 경력은 있지만, 연차도 애매하고 20대 후반 나이에 신입 혹은 중고 신입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동안 했던 일보다 조금 더 사회 변화에 맞는 직무를 찾는 것도, 그 직무에 나를 맞춰 어필하는 과정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고민거리는

혐오의 만연화다.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과 같은 각종 표현, 장애인 진입이 어려운 시설 등이 경각심 없이 만연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혐오 앞에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가수 아이유(IU)가 신곡 <Love wins all>의 뮤직비디오 해석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뮤직비디오가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서사의 도구로 활용해 장애인 비하 논란이 있던 것인데, 장애인 단체인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합)은 문제 될 것 없고, 함께 연대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문제는 이후의 일이다. 전장연이라는 단체에서 입장을 내는 것 자체를 논란거리로 삼고 비아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 깔린 혐오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어땠으면 좋겠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짐승 같은 무적 용사였던 반면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인 전사였다.” 호모사피엔스는 남을 속이거나 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반대되는 입장 사이의 선택,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배워가는 습성을 가졌다는 의미인데, 저자는 “즉 오늘날의 인간을 만든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했다. 상호작용과 공감 능력이 사람만이 갖는 강점이라고 본다. 서로가 인정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이달의 청년’ 한지은<br>
‘이달의 청년’ 한지은

청년에게 꼭 필요한 게 있다면

기회라고 생각한다. 인턴이라든지 다양한 진로나 직무 경험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고 많은 기관에서 여러 직무 경험과 관련한 여러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지만, 각 기관이 갖는 인재상이나 조건, 서류 등이 다르고 까다로워서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숱하게 봤다. 시간이나 금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보다 접근성 높은 기회들이 있었으면 한다.

기성세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다를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한다. 기성세대가 살아온 급변했던 세상과 지금은 또 다른 관점과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함께하길 소망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기성세대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들 입장에선 우리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서로가 마음을 열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향후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대학원이나 해외 연수, 인턴 등을 생각 중이다. 무엇보다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영향력을 가지고 싶고 그러기 위해 해외 사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늘 고민하고 주변에 관심 가득한 지금의 한지은처럼 살고 있을 것 같다. 

이 시대 함께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함께 잘 이뤄보자. 혼자라는 생각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를 기억하고 앞으로 성큼 나아가자. 주변에 혼자인 사람이 있다면 손 내밀고 함께 가자. 그리고 우리가 설령 어떤 측면에서 성공하진 못할지라도, 과거의 나보다 반보라도 더 나아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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