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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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주식투자에 있어서 매수 타이밍 보다 어려운 것이 매도 타이밍 예측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일부 상장회사 대주주 중에는 절묘한 매도 시점을 맞추는 ‘주식의 신’이 있다.

회사 중요 정보에 접근이 용이한 일부 대주주들이 내부 악재를 미리 파악하고 해당 공시 전 매도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미리 피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3년간 적발한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 56건(혐의자 170명) 중 결산 정보 관련 사건은 19건(57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주된 혐의자 49명 중 25명이 회사 내부자로 대주주가 13명, 임원이 10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주주의 경우 차명 또는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몰래 보유하던 주식을 미리 매도하는 방법으로 평균 21억2000만원의 손실을 피했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단순히 손실이라고 하기엔 뼈아프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기업들은 주로 코스닥 상장사였고, 상당수가 상장폐지의 절차를 밟았다.

이제 본격적인 결산 시즌을 앞둔 만큼 금감원은 감사의견 거절 등 악재성 미공개 정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공시 전 대량매매계좌 등을 집중점검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는 꽤 역사가 길고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연례행사 같은 이슈다. 

냉혹하게 말하자면 금융시장의 감시 체계가 발달하고 있음에도 모든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감시하고 처벌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복잡한 법적 절차로 인해 처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은 윤리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1월부터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에 대해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그 효과도 미지수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금융 범죄에 높은 처벌로 유명한 미국도 불공정거래는 여전히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작고한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흉악범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일상’이기 때문에 사형제도 부활로 흉악범죄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닐 가능성도 고민해 봐야 한다.

최근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면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증시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국내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가 토양이 돼야 하며,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투명해지려는 자정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이상주의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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