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70~80대 200명 조사
“전문용어, 외국·외래어 풀어쓰자”
엑스트라 토핑→올림/곁들일 재료

국립국어원이 ‘레어’, ‘미디움-레어’, ‘미디움’, ‘미디움-웰던’, ‘웰던’ 등으로 표기되는 소고기 굽기 정도를 위와 같이 개선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자료제공=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이 ‘레어’, ‘미디움-레어’, ‘미디움’, ‘미디움-웰던’, ‘웰던’ 등으로 표기되는 소고기 굽기 정도를 위와 같이 개선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자료제공=국립국어원]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미디움(Medium) 대신 적당히 익히기, 레어(Rare) 대신 살짝 익히기’

잦은 영어 표기 등으로 키오스크(무인 자동화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위해 국립국어원이 쉬운 우리말 표현을 제시했다.

국립국어원은 6일 키오스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언어 예시와 화면 안내 모형 등을 정리한 ‘무인 자동화 기기 쉬운 언어 사용 모형 개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비용 절감·효율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키오스크는 사용처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나 정보 취약계층의 경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70~80대 고령층 200명의 키오스크 사용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안을 발표했다. 고령층이 낯설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및 외국·외래어를 우리말로 풀어쓰자는 내용이다.

이번 연구는 기기가 사용되는 상황별 유형을 정리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쉬운 언어 사용 지침을 제시했다. 공통 지침은 ▲사용자가 편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표현이나 말투를 사용할 것 ▲한글로 적되 필요할 경우 외국 문자 등을 괄호 안에 함께 쓸 것 ▲되도록 기존 표현보다 길지 않게 쓸 것 등이다.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하고 있는 이모(69)씨.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하고 있는 이모(69)씨. [사진제공=뉴시스]

세부적으로 은행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의 경우 금융권이 쓰는 전문 용어 대신 일상 용어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취계자 확인 후 거래 바랍니다’ 보다  ‘받는 분의 계좌번호를 확인해 주세요’가, ‘본 거래는 카드를 직접 삽입하지 않고 RF수신부에 접촉하셔야 합니다’ 보다 ‘카드를 넣지 마시고, 카드 대는 곳에 대세요’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식당 내 비치된 키오스크의 경우  일방적인 외국어 표기인 ‘Today's Special’ 등을 ‘오늘의 추천/추천 메뉴’로 대체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엑스트라 토핑’의 대체 표현으로는 ‘올림/곁들일 재료’가 제시됐다.

또한 그림, 사진 등을 활용해 음식의 재료나 조리법 설명을 추가하면 고령층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국립국어원의 설명이다. ‘PASTA’라고만 적는 것을 자제하고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넣고 볶은 이탈리아식 면 요리’ 등의 풀이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결과물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무인 기기 제작 회사 및 운영 업체 등과 공유해 무인 기기 개발 시 표준 지침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들은 쉬운 언어 사용 지침이 디지털 소외 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고 쉽고 편한 대국민 무인 기기 보급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무인 기기 제작 업체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무인 기기 언어에 대한 감수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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