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 월급제·정년 규정도 삭제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로 전환 추진
“무력화 시도…서비스원법에도 반해”
정부 “위탁사업비 있어 차질 없을 것”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공적 돌봄 강화를 목표로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을 민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한 운영 지침을 내놨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이 전액 삭감된 것은 물론 해당 지침에는 종사자 월급제나 정년 규정 등도 제외돼 공공성을 띄는 공적 돌봄이 더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 개정을 통해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고 민간 지원에 대한 내용을 대폭 확대했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업 중 하나로, 아동, 노인,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를 공적인 영역에서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한 공익법인이다. 시도지사가 설립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며 지난 2021년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경북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에 설치된 바 있다.

그간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 및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물론 감염병 유행 등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긴급 돌봄을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지침 개정에는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에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사회서비스원 사업의 기본 방향에 대해 복지부는 ‘민간협업을 활성화하고 사회 서비스 혁신지원을 강화, 민간 사회서비스 지원 기능 확대’라는 문구를 새롭게 추가했다.

추진 배경에는 ‘민간협력 등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포함한 공공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내용과 함께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문구를 추가해 정부 국정과제를 설명했다.

직접 고용 시 종사자의 신분이나 처우와 연관된 부분도 수정해 ‘가급적 월급제 채용’이라는 표현을 없애고 대신 ‘직접 채용(정규직, 비정규직 포함)’ 문구를 포함했으며, 기존에 기재됐던 ‘정년을 60세로 하되 근무평가에 따라 퇴직 후 65세까지 재고용 가능’, ‘60세 이상인 종사자도 기간제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 가능토록 함’ 등의 문구도 삭제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침 수정을 통해 시설 민간 시설 지원 역할을 강조하면서 직접 시설 운영은 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개정된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 일부.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여기에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보건복지부 예산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올해 148억34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시·도 사서원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출연·보조할 수 있다’라는 사회서비스원법을 근거로 각 사서원의 인건비 및 운영비를 지자체와 반반씩 부담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삭감으로 인해 인건비·운영비 전액을 지자체가 모두 지출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와 돌봄 수요자들은 사회서비스원의 ‘공공 책임성 강화’라는 목표가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공공 돌봄에서 국가의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가 더욱 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돌봄공공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이날 ‘윤석열 정부 사회서비스원 지우기 정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사회서비스원 지우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공격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며 “지자체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이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고 예산 삭감을 핑계로 사업이 축소되고 종사자의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지난 8월 정부는 국회에 제출할 2024년 예산안에서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 중 지자체보조금 148억 3400만원을 삭감했다”며 “또 지난 1일 사회서비스원 운영지침을 개정하며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역할을 대폭 축소했는데, 이는 명백히 사회서비스원을 무력화하는 시도이고, 사회서비스원법에도 반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서비스원은 민간 주도 사회서비스가 포화된 시장에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설치됐다”며 “윤석열 정부의 계속되는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공격은 시민의 돌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지난 14일 복지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시·도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운영 주체는 시·도지사로 정부는 지역 사회서비스 사업이 위축되지 않고 활성화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통합돌봄 서비스 등을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원래 있던 서비스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시·도 사회서비스원에 위탁한 사회복지시설 등의 복지사업은 별도의 위탁사업비로 운영되므로 사업 수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종합재가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인건비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복지부는 “종합재가센터는 독립채산제로써 돌봄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입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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