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023 한국노총 여성노동포럼

성별 임금 격차·일가족양립·노조 내 여성 등 주제 다뤄
“여성 노동자, 지위 아직 부족…더 동등하게 나아가야”
여성경제활동법·노동시간 단축·일터 민주주의 등 촉구

5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2023 한국노총 여성노동포럼’에서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5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2023 한국노총 여성노동포럼’에서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속적으로 여성노동자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여성노동자에 대해 진단하고 여러 격차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세계경제포럼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격차지수가 전체 146개국 가운데 105위를 차지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 2019년 이후 상승세를 보였지만, 다시 하락하며 국내 ‘성평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5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2023 한국노총 여성노동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 여성노동자의 지위, 이대로 충분한가? 진단과 해법’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연구위원은 ‘저임금 여성노동과 성별 임금 격차’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노동시장 성격차는 임금 격차로 압축된다”며 “OECD에 따르면 저임금근로자 비율을 성별로 분리해서 보면 한국 남성은 23개국 중 11번째로 저임금 비율이 비교국가 중 중간 이상은 되는 것에 비해 한국 여성은 23개국 중 19위로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임금근로자 중 저임금 비율은 올해 21.6%로 지난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여성 저임금근로자는 218만명7000명으로 전체 저임금근로자 중 여성이 64.7%”라며 “지난해 저임금 근로자 월평균 임금 기준 성별 격차는 20.8%, 월 중위 임금 성별 임금 격차는 31.8%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여성경제활동법을 통한 성차별 노동시장 구조 개선 정책 추진 강화 △사회서비스원 운영 효율화 △돌봄노동권 보장을 위한 돌봄노동권 기본법 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최저임금위원 구성에 저임금근로 일자리 관련 할당 등을 제안했다.

5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2023 한국노총 여성노동포럼’ 현장 모습. ⓒ투데이신문
5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2023 한국노총 여성노동포럼’ 현장 모습. ⓒ투데이신문

다음으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송다영 교수는 ‘일가족양립 현실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송 교수는 “한국여성 고용의 특징은 M자형으로 대변되는 경력단절, 다른 국가와 달리 30대에 고용률 급격 하락 후 40대 이후 다시 상승 형태를 보인다”며 “이처럼 여성의 경력단절이나 지속적 시간압박의 기조에는 일가족양립을 허용하지 않는 노동시간 구조(긴 노동시간), 일하면서 양육할 수 있는 지원제도 미흡, 믿고 안심할만한 사회적 돌봄서비스 부족, 가사·돌봄·양육을 여성의 일로 인식하는 사회풍토 등이 있다”고 짚었다.

통계청 일가정양립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평균 1692시간보다 약 330시간 길며, 육아휴직제도 또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는 50%에 불과하다. 더불어 2021년 양성평등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과 돌봄에서 동등하게 책임지고 있다는 비율은 16.4%에 그친 상태다.

송 교수는 “남성과 여성이 ‘일과 돌봄을 함께하는 노동자이자 돌봄자’라는 기본 프레임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시간이 단축돼야 하며, 경력단절 없이 자녀돌봄이 가능한 육아휴직 및 유연근로제도 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믿을만한 돌봄서비스를 확충하고 가사 노동과 돌보은 남녀 모두의 일, ‘함께돌봄’으로의 인식 변화와 정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조합에서의 여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노동조합에 여성이 없으면 일터에도 여성은 없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박태주 선임연구위원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이해당사자의 참여, 특히 목소리가 없는 여성 등 소수자의 참여다”고 강조했다.

일터 민주주의의 실현 과제로 박 연구위원은 “직원(조합원)의 인식 제고과 노조의 참여 및 변화가 필요하며 산별체제로 구축해야 한다”며 UNISON 사례를 제안했다. UNISON은 통합출범 당시부터 조합원 중심주의를 원칙으로 채택해 여성할당제, 여성위원회 등 평등을 위한 자율조직의 설치를 이끌어온 영국의 대표 공공서비스노조다.

그는 “현재 일터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췄는데, 이는 비민주적인 기업의 내부 통지, 위계적이고 관료적인 환경 등이 원인”이라며 “노조는 내부의 관료주의, 가부장제를 극복하는 처방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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