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 OECD 29개국 조사해 발표
12년 연속 불명예…기업 여성 이사 비율도 하위권
양대노총, 청계천·보신각서 여성노동자대회 개최
여성연합 ‘성평등 걸림돌’ X·오세훈 시장 등 선정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3.8여성파업대회를 끝낸 참가자들이 민주노총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위해 대학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3.8여성파업대회를 끝낸 참가자들이 민주노총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위해 대학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한국이 선진국 29개국 가운데 일하는 여성에게 환경이 가장 가혹한 국가로 12년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에 많은 여성, 노동단체들이 돌봄의 공공성과 육아에 대한 폭넓은 법,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고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지난 6일 ‘유리천장지수(grass-ceiling index)’를 발표했다. 이는 어느 나라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나라인지 알려주는 지수다.

세계 여성의 날은 지난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 근로자들이 선거권과 노조 결성권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전개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일하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 △남녀 고등교육·소득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 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지표를 반영해 유리천장 지수를 산정하고 있다.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가운데 29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로써 지난 2013년 이후 12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아이슬란드는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에 꼽혔다. 호주와 폴란드는 전년 대비 5계단 올라 상황이 크게 개선된 국가로 평가됐다.

하위권은 스위스(26위), 일본(27위), 튀르키예(28위), 그리고 한국(29위) 순이다. 수년째 28위를 기록하고 있던 일본은 지난해 보다 한 계단 상승하며 튀르키예를 제쳤다.

자세한 지표를 살펴보면 남녀 소득 격차는 31.1%로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로 집계됐다.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남성보다 17.2%p 낮아 튀르키예, 이탈리아 다음인 27위로 조사됐다. 관리직 여성 비율,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모두 28위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 튀르키예 여성들은 여전히 직장에서 가장 큰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억압과 차별의 뽁뽁이 밟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억압과 차별의 뽁뽁이 밟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계 여성의 날’…여성·노동단체 목소리 곳곳

노동계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일제히 집회를 통해 임금차별 등 성차별에 맞서 싸우자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청계천 한빛관장에서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조차 갖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죽어 나가야만 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 11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그러나 가부장적 문화와 인식은 여전하고, 가사와 돌봄, 심지어 가족의 생계까지 짊어지는 여성에게는 유독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고, 그나마 가진 일자리도 결혼, 출산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성평등한 직장문화 정착과 더불어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적절한 입법과 정책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여성이 서야 할 자리를 바로 세움으로써 차별 없는 사회,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의 변화를 앞당기는 여정을 시작하자”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서울 보신각에서 세계 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정면으로 규탄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구조화된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인사청문회 도중 뛰쳐나간 장관 후보는 오늘까지도 새롭게 임명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이며, 여성차별을 가속화하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육아냐 승진이냐를 저울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육아휴직을 12세까지로 확대하는 것을 시작으로 돌봄의 공공성과 육아에 대한 폭넓은 법,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고, 이러한 보장이 인사상 불이익과 같은 또 다른 피해로 귀결되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도 제39회 한국여성대회를 열고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는 여성들의 ‘3.8 여성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 한국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하고, 불안정하기만 하다”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반(反) 여성, 반(反) 성평등 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 정책에서 ‘여성’, ‘성평등’ 지우기가 가속화됐다”고 짚었다.

이어 “모든 사람의 평등한 시민적 삶과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 그리고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모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가 개선돼야 하고 돌봄과 생태사회로 국가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온상이자 공범이라며 ‘성평등 걸림돌’에 X(옛 트위터)를 선정했다. 이밖에도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정규헌 경남도의원, 전남경찰청 등을 ‘성평등 걸림돌’로 지목했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성소수자 차별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에 맞서 변화를 이끌고자 노력한 이동환 목사 등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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