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현실적 상황 및 자녀 복리 반영 필요 따라 파격 제안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이 지난 2022년 5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한부모 가족의 날 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육비정부선지급제와 한부모 중위소득 100% 보장, 돌봄국가책임제 선행 실현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액 지급률이 4.6%로 저조한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관리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육비 강제징수를 위한 입법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이혼·미혼 한부모 중 72.1%는 비양육 부모에게서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까지 ‘정기지급을 받았다’는 답변도 15.0%에 불과했다.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이행법) 및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양육비 지급 불이행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이행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이행 명령에도 3기 이상 그 정기적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불응할 경우 감치 명령이 가능하다.

또한 양육비이행법은 법원의 감치명령 결정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처분(제21조의 3), 출국금지 요청(제21조의 4) 및 명단공개(제21조의 5)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각 제재 조치를 받은 인원은 현재까지 총 504명이다. 출국금지와 운전면허가 정지된 채무자가 209명으로 가장 많은 상태다.

문제는 제재 조치 이후에도 양육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제재 조치 대상자 504명 가운데 양육비를 전액 지급한 채무자는 23명으로 4.6%에 불과하다. 일부지급 98명, 미지급은 총 383명으로 제재 조치 이후에도 미지급률은 76%에 달했다.

양육비이행법의 제·개정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제때 지급받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보고서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 부족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가장 간단한 양육비 징수 방법은 채무자의 자산을 곧바로 압류하고 추심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채무자의 은행계좌에 잔고가 있다면, 미지급 양육비를 추심해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는 양육부모에게 전달해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국가에서 양육비 미지급 또는 지급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주 정부나 양육비 이행기관이 비양육 부모의 금융정보를 조회를 가능하게 했을뿐더러 금융기관과 협력해 양육비 연체 전력이 있는 비양육 부모의 이름, 주소, 사회보장번호 등을 확보하도록 조치했다.

호주는 양육비 담당관이 법원 명령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압류통지서 발부 권한까지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담당관으로부터 양육비 회수를 목적으로 한 압류통지를 받은 금융기관은 7일 내 양육비 이행기관에 송금해야 한다. 이후 기관은 해당 양육비를 바로 채권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편리한 방법을 양육비 회수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우선 관리원이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양육비 채무자의 재산조회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법원 결정을 통해 강제징수권을 획득해 예금 압류를 하는 과정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특히 금융정보 조회 권한이 없어 채무자의 거래은행과 잔고금액도 확인할 수 없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은 관리원을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산하조직에서 독립기관으로 승격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관리원은 예산·인사·조직에 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직접소송도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는 기관의 독립화가 이행 강화와 관련된 업무 권한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관리원 권한 확대를 위한 입법 과제로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금융정보 조회 권한을 관리원에게 부여해 신속한 추심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법원 결정에 의한 양육비 이행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행관리기관 직권으로 급여 등에서 압류를 실시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법원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에 양육비 미지급이 확인되면 관리원이 채무자의 직장에 압류를 통보하고 징수해 양육부모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선지급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징수 시스템 구축 등의 절차를 진행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경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보고서 저자인 허민숙 조사관은 “은행계좌 등 금융정보는 보호돼야 할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부모로부터 양육받을 아동의 권리 역시 무시돼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하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독립기관화는 양육비 이행 강화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며 “이러한 변화가 한부모가족 아동의 빈곤을 해소하고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도록 이행강화 조치 개선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