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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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한민국 사람들은 흔히 ‘밥심’으로 살아간다고 말할 정도로 ‘밥’ 즉, 식사에 진심이다.

우리들은 만나면 흔하게 인사말로 “밥 먹었어?”를 사용하곤 하고, 끝맺음 말로 “언제 밥 한번 먹자”를 쓰는 등 식사는 하루 중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식사마저 제한돼 매일을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학 청소·경비·주차관리·시설관리 노동자들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는 지난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열악한 노동환경을 증언했다.

이들의 식대는 한 달에 단 12만원. 이를 일로 환산하면 30일 기준 하루 4000원에 불과하다. 당장 가까운 식당만 둘러봐도 이 식비가 얼마나 낮은 금액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장시간 근무하는 탓에 일 평균 두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럼 한 끼당 2000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김밥 한 줄’도 먹기 힘든 실정이다.

더욱 답답한 건, 교내식당마저도 비싸진 물가에 발맞추는 현실이다 보니, 노동자들은 정작 대학교에 일하고 있지만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조차 부담이 돼버렸다. 이에 이들은 주전부리로 배를 채우거나 도시락을 싸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끼니를 해결한다.

그들은 사람답게 따듯한 밥 한 끼를 마음 편히 먹는 게 소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측에 요구한 인상 금액은 시급 270원과 식대 2만원이다. 호화스러운 식사도, 대폭 인상된 임금도 아닌 ‘270원과 2만원’이 그들의 간절한 소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그들은 꽃샘추위로 매서운 바람이 부는 거리로 나왔다. 빨간 조끼를 전투복처럼 입은 채 그들은 최소한 요구라도 들어달라고 목놓아 외쳤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현재 노조는 서울지역 14개 대학사업자 청소·경비·주차관리·시설관리 약 1200명의 조합원을 대표해 해당 대학들의 시설관리 용역을 수행하는 17개의 업체와 13년째 집단교섭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던 지난 2월 20일, 노조가 올해 임금 요구안으로 기본급 570원 인상, 식대 2만원, 상여금 25만원 인상을 제시했으나 용역업체 측이 기본급 50원 인상, 식대·상여금 동결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기준 물가상승률이 3.6%를 기록하는 등 식탁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반면, 노동자들의 식비는 지난 2020년부터 제자리걸음이다.

용역업체들은 소속된 노동자라는 이유로 학생 및 교직원보다 이른 출근, 혹한기 눈 청소부터 강도 높은 업무까지 스스럼없이 요구하더니 하루 두 끼 식사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더욱이 실제 사용자인 대학 측은 이를 보고도 뒷짐 진 채 방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싸우기로 했다. 지난 4일부터 전 조합원이 붉은색 투쟁조끼를 입고 근무한 데 이어 오는 25일부터 조합원 피켓팅, 요구안 현수막 게시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 채 계속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에 의하면 노동자들은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학생들을 챙기고, 묵묵히 일한다고 한다. 쏟아지는 학생들의 민원을 모두 처리하고, 심지어 술에 취한 학생들을 챙기고 그들의 토사물까지 치우고 있다. 고된 일을 그만 멈추고 싶다가도 자식과 같은 학생들이 눈에 선해 오늘도 출근길에 나서는 이들이다.

고등교육법 제28조를 살펴보면, 대학의 목적으로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대학은 학교의 구성원인 노동자들을 책임지기 싫어 하청을 맡기고, 생계를 건 최소한의 요구에도 귀를 닫고 있다. 이를 보고 과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최고 교육기관이라는 대학의 역할이 의심스러워지는 부분이다.

대학은 학교 노동자들이 없으면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해야 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임금과 식대를 지급해 그들의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편히 쉬고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학생들에게 깨우치게 하는 것이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이바지하지는 데 일조하는 진정한 교육기관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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