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청소경비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투쟁선포 기자회견
연세대 등 서울 지역 14개 대학 노동자들 참여
“김밥 한 줄도 못 먹어”…식대 2만원 인상 요구
원청 사용자책임 확립·휴게공간 개선 요청도
오는 25일부터 피켓팅·요구안 게시 등 투쟁 돌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가 20일 국회 앞에서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가 20일 국회 앞에서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지역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가 식대 인상 등 총선 4대 정책요구안을 발표하며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는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시급 270원과 식대 2만원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한다”며 “식대 인상은 곧 인권이고 생존의 문제다. 노동자들은 이른 새벽에 출근해 퇴근까지 학교에서 하루 두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한 끼 3000원도 안 되는 식대로는 김밥 한 줄도, 학교 식당도 이용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식대 2만원 인상은 물가폭등의 피해를 제일 먼저 받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 비용”이라며 “그저 한번 버리고 쓰는 소모품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 생계 비용이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현재 이들은 서울지역 14개 대학사업자 청소·경비·주차관리·시설관리 약 1200명의 조합원을 대표해 해당 대학들에게 시설관리 용역을 수행하는 17개의 업체와 13년째 초기업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지난 2월 20일 노조와 14개 대학사업장 용역업체들과의 집단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그간 조정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용역업체 측이 4년째 동결된 식대 인상을 끝까지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체는 “지방노동위원회가 권고한 시급 270원 인상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금액인데, 식대조차 동결하면 저임금의 비정규노동자들은 밥 한 끼도 제대로 먹기가 어려워진다”며 “우리는 이미 일곱 차례 교섭을 진행하면서 충분히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실질임금 삭감 수준의 교섭안과 식대 인상 거부를 고수한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투쟁 단 하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노동자들은 4대 정책요구안으로 △용역·하청에 대한 원청 사용자책임 확립 △근속·연차휴가 등 포괄적 고용승계 법제화 △원청 시설 사용권 보장 및 샤워시설 등 휴게공간 개선 △작은 사업장의 노동기본권 및 노동조합할 권리 보장을 제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현장 발언으로는 먼저 14년 차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이자, 연세대분회 문유례 분회장이 나섰다.

문 분회장은 “청소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에 적힌 출근 시간인 오전 6시보다 보통 1시간씩 일찍 나온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오기 전에 청소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새벽에 나와서 전날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 변기 하나하나, 세면대, 바닥, 복도, 계단이며 정신없이 휘몰아치면 한겨울에도 땀이 줄줄 흐르고 허기가 진다”고 증언했다.

이어 “아침을 먹고 좀 쉬어야 또 오전 일을 할 수가 있고, 점심을 먹고 오후 일까지 마쳐야 퇴근할 수 있다”며 “그런데 한 달 식대는 12만원을 받는다. 그 사이 물가는 무섭게 올랐는데, 지난 2020년 2만원 올라 지금까지 동결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며 억울함을 토해냈다.

뒤이어 홍익대학교 경비노동자이자, 홍익대분회 김인기 부분회장은 “학교에서 주간, 당직, 비번으로 일하기 때문에 신체리듬이 망가지고 수면의 질도 낮은 만큼 식사가 건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며 “민원 때문에 끼니를 건너뛸 때도 있고, 도시락을 싸와도 편하게 먹을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너무 올라 생활비가 더 빠듯해졌는데, 식탁물가는 더 올랐다. 교내식당 가격도 올라 월 12만원의 식대로는 가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며 “우리 대학 경비노동자들은 따듯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들과 연대하는 청년들이 참석해 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청년들은 노동자들과 배구 게임 등을 하며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에서 활동 중인 여정민씨는 “학기 초라 그런지 술을 많이 마신 학생들이 자주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노동자분들이 학생들을 예뻐하는 마음으로 로비에서 자고 있으면 이불도 덮어주시고 토사물도 치워주신다”며 “제가 대학에서 지식 외에 얻을 수 있는 배움이란 조합원분들처럼 보답이 돌아오지 않아도 기꺼이 타인을 위할 수 있는 마음, 어른으로서 학생 어린 사람의 미숙함을 탓하지 않는 마음들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대학은 학교의 구성원인 노동자들을 책임지기 싫어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는 한 달 식대 2만원도 올리기 싫다고 버티고 있다”며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그래도 되는 건가 싶다. 저는 사람과 노동의 소중함을 모르고 노동자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주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을 배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14개 대학사업장 분회에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펼친 결과, 조합원 총 1209명 가운데 105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그중 950명이 찬성해 찬성률 90.2%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결과에 발맞춰 지난 4일부터 전 조합원이 붉은색 투쟁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더 나아가 노조는 20일 서울지역 대학 비정규노동자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25일부터 조합원 피켓팅, 요구안 현수막 게시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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