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공공운수노조 진정 사건 결사위 권고안 채택
“모든 근로자 결사 자유·단체 교섭 원칙 보장해야”
정부 “위반 언급 없어…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

지난 2022년 12월 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물연대 탄압 중단 및 안전운임제 전면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2년 12월 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물연대 탄압 중단 및 안전운임제 전면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2022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한 정부 대응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가 개인 운송업자에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15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IL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제350차 이사회를 열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제기한 제3439호 진정 사건에 대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이하 결사위)의 권고안을 채택하며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

결사위는 노사단체나 타국 정부가 해당 정부의 결사의 자유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제기한 경우 이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대해 권고안을 ILO 이사회에 제출한다.

결사위 권고, 화물연대 관련 진정이 낳은 결과물

이번 결사위의 권고는 지난 2022년 12월 19일 화물연대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등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의 대응이 ‘결사의 자유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제기한 진정한 데 따른 결과다. 당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확대를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이에 정부가 5일 뒤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약 1년 4개월 만에 발표된 권고안에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조치에 대해 의견 표명과 함께 5개 사항에 대한 권고가 담겼다.

권고안에서 결사위는 “자영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그들의 이익을 증진 및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체 교섭의 원칙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와 관련해 취해진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에 대해 단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지 말 것, 개별 조합원의 행동에 기인한 화물연대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결사의 자유와 불합치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 등에 대한 권고를 전달했다. 

결사위는 “(업무개시명령) 불응자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파업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화물연대의 노조권을 위반했다(infringed)고 본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화물연대 조합원 정보를 절대적으로 비밀 보장할 것도 권고안에 담겼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당시 공정위는 운송사업자 사이의 운송 방해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화물연대 측에 사업자 명단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외에도 ILO는 화물연대 개별 조합원의 행동을 이유로 공공운수노조나 화물연대 등의 단체에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결사의 자유를 해치지 않아야 하는 것과 정부가 조합원에게 운송업체들이 내리는 보복성 조치나 반노조 성향의 차별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제재를 취해줄 것을 권고 사항에 포함시켰다.

고용노동부 정식 장관이 15일 세종시 어진동 한 호텔에서 개최된 역체감형 일자리 프로젝트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동부 정식 장관이 15일 세종시 어진동 한 호텔에서 개최된 역체감형 일자리 프로젝트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 “ILO 협약 어긴 적 없어”

이 같은 ILO 판단에 대해 정부는 ILO 협약을 어겼다는 언급은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 정부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인 제87호 및 제98호 협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결사의 자유 원칙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다만 결사위 보고서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결사위의 취지와 달리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노사단체 및 국제사회 등이 오인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사위 권고에서는 우리나라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며 “아울러 결사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인 제재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선 결사의 자유와 관련해 노동부는 “우리나라는 현재도 실업자·해고자는 물론 순수 자영업자가 아닌 특수형태고용종사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는 등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실제 일부 화물운송기사의 경우 노동조합을 설립해 활동하며 법상 보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화물연대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개인사업자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일률적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화물연대 또한 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법적 보호를 받는 노동조합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업무개시명령 관한 결사위의 권고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 제도 자체가 ILO 협약 위반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닌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이뤄진 육상운송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현재까지 업무개시명령 불응만을 이유로 실제 형사 제재로까지 진행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조합원 명단 제출 요청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적법한 방식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노조 차별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제재조치에 관련해서 노동부는 그간 강조해 온 법치주의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정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결사위의 권고에 대해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결사위가 점검한 주요 내용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결사위의 권고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통해 ILO에 반영을 요청하는데 이어 그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이행 노력과 개선된 점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의 해명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ILO 권고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며 억지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크게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노동부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권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긴커녕 권고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오독하며 오히려 ILO를 우려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또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스스로 비준한 협약의 권위를 폄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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